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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Aug 10. 2024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발표는 시작된다

#  첫인상의 중요성 # 미소와 자세를 특훈 하라

본 게임에 앞서 시작하기도 전에 100점 만점 가운데 55점을 확보한다면 얼마나 유리할까요?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때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잘 활용하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무대에 오르기 전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그걸 드러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긴장감에 연신 물을 마시는 사람이 있고, 떨린다면서 주변 사람들까지 정신없게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앞 출연자의 무대를 감상하며 함께 즐기는 사람도 있어요. 그들이라고 떨리지 않겠냐마는 몸과 마음을 릴랙스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기에 좋은 컨디션으로 무대에서도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평가받는다는 긴장감과 경쟁심에 사로잡힌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모습이 멋있게 보입니다.


웃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 예열하기


배우들은 가만히 있다가도 큐 사인을 받거나 무대에 나가는 순간 캐릭터 전환이 되는데 일반인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 그전부터 미리 좋은 모습을 예열해 두면 좋아요.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망치면 어떡하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려고 해! 하면서 자신을 부정적인 에너지에 가두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상황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면서 자만하는 태도도 좋지 않습니다. 다리를 떨거나 볼펜으로 탁자를 두드리지도 마시고, 거만하게 상체를 뒤로 기댄 채 쩍벌 하지도 마시고, 연습할 때 가장 잘했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로 몸과 마음을 감싸주세요. 이때 복식 호흡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행복해서 웃을까, 웃으면 행복할까


둘 다 맞는 말이죠. 제가 주목하고 싶은 건 '웃으면 행복하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얼굴 근육을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을 뿐인데 뇌에서는 지금 나 행복한가 봐, 기분이 좋은가 봐, 하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긍정적인 상태가 되니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무엇을 하더라도 성과가 좋아요. 


발표 현장에서 진심으로 웃으면서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잘 압니다. 그럴 여유는 없어요. 대신 얼굴 근육을 웃는 모양으로 만드세요. 거울 보고 연습을 해두세요. 어디에 어떻게 힘을 주면 가장 기분 좋은 표정이 되는지 보면서 그 근육을 기억하세요. 이렇게 하면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보는 사람도 그렇게 됩니다. 발표하는 사람, 평가하는 사람, 모두 기분 좋은 게 좋지 않겠어요.


그렇게 만든 미소를 얼굴에 띤 채 회의실에 들어갑니다. 아마 담당자가 이번 순서에 대한 소개를 하겠죠. 노트북을 세팅하고 파일을 여는 동안에도 그 편안한 미소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합니다.


첫인상이 정해지는 순간


제가 권하는 것은 말로 인사한 후에, 몸을 숙여 인사하는 겁니다. 꾸벅 숙이고 나서 말로 인사해도 되는데, 그러면 나의 인사를 모두가 다 못 받을 수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말하게 되면 청중이 나를 바라보게 되고 그렇게 집중시킨 다음에 몸으로 인사를 하는 게 좋아요. 순서를 바꾼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가 있어요. 말하면서 동시에 몸을 숙이는 겁니다. 고개를 숙이니 목소리는 바닥을 향하고 모습도 각이 덜 잡힌다고 할까요, 보기에 그다지 예쁘지 않습니다. 


남좌여우,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자세는 남녀가 달라요 


인사 전후로 두 손을 앞으로 모은 공수 자세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손을 포개는 방식이 있답니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는 예의니 기억해 두시면 좋아요. 두 손을 몸 앞에서 포갤 때 남자는 왼손이 위에 오도록, 여자는 오른손이 위에 오도록 포개면 됩니다. 홍동백서, 좌빵우물과 더불어 남좌여우도 기억해 주세요. 

* 좌빵우물 : 서양식 디너 코스 연회 테이블에서 내 빵과 물의 위치 (왼쪽 빵과 오른쪽 물을 드세요.)


나의 뒷모습을 청중에게 보이지 말라 


발표하는 동안은 반드시 정면을 응시합니다. 잠시 스크린을 가리키느라 몸을 옆으로 돌릴 수는 있는데 곧바로 회복하는 게 좋습니다. 청중이 나의 뒷모습을 봐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정면을 보여주세요. 내용을 외우지 않거나, 스크립트를 대충 봤다면 즉석에서 말을 만들어 내느라 발표 내내 온몸과 말의 방향이 스크린을 향합니다. 옆모습까지는 봐줄 만한데 아예 청중을 뒤로하고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글자를 읽기도 합니다. 안 됩니다. 적에게 뒷모습을 보이면 안 되듯이 청중에게도 나의 뒷모습은 보이지 마세요. 


중간 점검,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나요?


회의실에 들어올 때 애써 만든 얼굴 근육 기억하시나요? 아마 그 사이 다 잊고 다시 불안과 긴장감 가득 드러내는 얼굴이 되었을 텐데요,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바라보는 사람도 영향을 받아서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밝은 표정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청중이 편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웃으면 가장 좋죠. 이렇게 귀한 자리에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가요. 마음은 그럴지라도 도통 웃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근육에 힘을 주세요. 웃는 표정을 만드는 얼굴 근육을 기억하세요.




위에 여러 단락으로 드린 말씀이 적지 않은데 아직 발표할 제목 소개도 못했습니다. 이론보다도 실전 리허설이 더 중요합니다. 챙길 게 많더라도 한 번만 익혀두면 두 번째, 세 번째부터는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발표는 대체로 준비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해낼 수 있어요. 그런데 발표의 평가 항목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청중, 심사위원에게 내가 노출되는 이런 부스러기 시간마저도 잘 활용하신다면 남들이 놓치는 부분을 확보하고 가는 겁니다. 단정하고, 세련되고, 전문성 있는 모습은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이런 사각지대에서 빛날 수 있으니 잘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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