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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Aug 11. 2024

발표할 때 스크린을 보는 게 좋을까

# 발표자의 바디랭귀지 # 스크린 속 정보 알려주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꼼꼼한 리허설 체크 이어갑니다.  


공수 자세로 인사를 마친 후에 발표가 시작되는데요, 이때는 스크린 옆에 서거나 연단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스크린 옆에 자리를 잡게 되면 발표를 마칠 때까지 그곳에 두 다리를 굳건하게 세우고 계시기를 부탁드려요. 발표 중간에 움직이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어렵게 외워서 더듬거리는 것보다 스크립트를 보며 매끄럽게 읽는 게 훨씬 낫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워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오프닝과 클로징입니다.


발표 슬라이드의 초반은 거의 동일하게 구성됩니다.


1. 프로젝트 과제명 / 발표자 소속 / 일시

2. 목차

3. 회사 소개


그리고 네 번째 장부터 사업 개요나 시장 현황 등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됩니다. 이때 1,2,3번 슬라이드는 스크린을 보지 마시고 외워서 정면을 보며 (정확하게는 청중을 보며) 말씀해 주세요. 이 부분을 숙지하지 않고 스크린을 기웃거리면 준비성이 없어 보입니다. 


스크린을 보면서 회사명, 부서명, 자신의 이름을 읽는 분을 봤어요. 외운다고 말하기에도 어색한 이 정보를 왜 보고 읽는지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냥, 왠지, 스크린을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스크린을 보면서 말해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1,2,3번도 외우지 못하고 보며 읽는 발표자에게는 큰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외워주세요. 정 봐야 한다면 내가 말하는 내용에 맞게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곁눈질하는 건 좋지 않은 인상을 주니 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차라리 고개를 돌려서 잠깐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그런데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다 볼 수 있어요. 인간의 시력에는 '중심시력'과 '주변시력(시야)'이 있는데요, 중심시력은 청중을 향해 두시고, 주변시력만으로도 슬라이드의 화면 변화는 충분히 포착할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 넘기는 스크린 속 슬라이드의 제목을 확실하게 보세요.


"이번에는 사업 개요 보시겠습니다." 하면서 슬라이드의 제목을 확인하고 얼굴을 다시 정면으로 원위치 하면 됩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말씀하시고 나서, 다음 슬라이드 넘어갈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하시면 됩니다. 같은 슬라이드를 설명하면서 스크린을 기웃거리는 건 하지 않도록 하세요. 산만하게 보입니다. 무대 앞에서 청중의 시선을 받고 있는 사람은 의미 없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 게 단정하게 보여요. 


스크린에서 청중이 꼭 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확실하게 짚어주세요. 


이때 손을 활용하시는데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양은 좋지 않습니다. 손을 펴고 손가락은 모두 붙인 상태에서 팔을 쭉 뻗어서 가리키세요. 손등보다는 손바닥을 보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말하는 내용이 숨김없이 정직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잘 전달됩니다. (나는 무기를 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과 방어를 풀게 된다고 하네요.) 손제스처는 기상캐스터들의 자세를 참고하시는 것도 좋아요. 지역별 주요 날씨를 전할 때는 확실하게 몸을 옆으로 돌려서 어느 곳인지 정확하게 안내하죠. 빔포인터를 사용하면 손이나 팔을 움직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요. 


혹시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트북으로 슬라이드를 넘겨주거나 빔 포인터를 화면에 비추는 임무를 나눠주시는 것도 좋아요. 두 분이 미리 같이 맞춰보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겠죠. 이렇게 하면 발표자가 발표에만 집중할 수 있고 바디랭귀지도 단정하고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강연할 때는 무대에서 왔다 갔다 하던데 발표자는 제자리에 있어야 하나요?


화면이 매우 크다면 몸을 움직여서 스크린 쪽으로 이동하셔도 되는데, 서 있는 자리에서 손과 팔만 움직이시는 게 더 단정해 보입니다. 발표자는 처음에 자리 잡은 곳에 두 발을 붙이고 유지하는 게 좋아요. 발표자가 몸을 많이 쓰고 왔다 갔다 하면 청중이 내용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연단에 서서 발표할 때는 손 제스처는 쓰지 않아도 되고, 고개만 돌려주셔도 되고,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이럴 때는 멘트로 청중들의 시선을 가이드해 주시면 내용을 따라오기에 더 쉽겠죠. 


"화면 왼쪽에 있는 그래프 중에서 빨간색 부분은"

"화면 가운데 원그래프가 있는데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란색 부분은"


스크린 속 주목해서 봐야 하는 정보의 위치, 모양, 색상을 함께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발표 하나 하는데 신경 쓸 게 너무 많은 거 아닌지 물으신다면


발표하면서 움직여도 되고, 스크린 자주 봐도 되고, 화면 보며 읽어도 됩니다.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했어도 박수받고, 입찰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잘 해오셨을 거예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알려드리는 것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청중을 대상으로 중요한 발표를 하는 상황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발표의 목적과 청중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캐주얼하게 하셔도 얼마든지 좋습니다. 


청중이 발표 내용에 집중하고 몰입하는데 방해되는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하고, 전문성과 매너를 갖춘 발표자의 모습을 최대한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우리, 누구나 다 잘하고 싶잖아요. 멋있게 하고 싶잖아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 덧붙입니다.


요구 사항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전 리허설, 오늘도 애쓰셨으니 여기까지 하고 마칠게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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