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발 상황 # 시간 부족 # 언제나 여유있게
현장에는 '실수'에 대한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내가 할 수도 있고, 상황이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잘 진행하다가 엉뚱한 설명을 하거나, 갑자기 마이크에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나고 스크린이 멈출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표자는 계속 흐름을 유지하면서 청중의 집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단히 큰일이 아닌 이상 발표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발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발표자가 실수했을 때
1) 내용과 무관한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너무 긴장한 탓인가요, 해당 사안에 대한 사례를 설명하는데 갑자기 엉뚱한 에피소드를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준비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엉키면서 순서가 바뀌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갑자기 말을 뚝 끊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다른 걸 말씀드렸네요. 다시 하겠습니다." (X)
실수이긴 하지만 이때는 흐름을 끊고 사과까지 하면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완전히 잘못된 정보로 청중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 게 아니라면요. 행사 사회를 보다가 점심시간 공지를 하면서 식사 장소를 잘못 안내했다면 모를까요. 이럴 때도 "죄송합니다"보다는 "정정해서 다시 알려드립니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일단 하던 얘기를 멈추시고요.
"A기업 인사팀에서 시도했던 전략은 잠시 후에 나올 주제에서 다시 보도록 하고요, 지금은 미국의 대학교 심리학연구소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세요.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면서 제자리로 찾아갑니다.
2) 기기 조작을 잘못하거나 손에 쥔 것을 떨어뜨렸을 때
발표하다가 벌어진 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손에 들고 있던 빔 포인터, 큐카드를 떨어뜨렸습니다.
→ 당황해서 놀란 얼굴로 몸을 숙여 황급히 주우면서 "죄송합니다" 말합니다.
→ 끊긴 흐름에 어디까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큐카드를 뒤적이며 한참 찾습니다.
→ 겨우 찾아서 읽기 시작합니다.
→ 놀라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짧아집니다.
→ 또 다른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지 않아 여러 번 눌렀더니 타임래그에 멈췄던 화면이 풀리면서 순식간에 다다다 바뀌어 한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 하던 말을 끊고 이것저것 누르며 "어, 이게 왜 이러지" 하는 소리가 마이크에 다 들어갑니다.
→ 당황한 얼굴로 수습해 줄 관계자를 찾으며 두리번거립니다.
→ 화면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청중도 같이 기다립니다.
→ 이내 다시 작동되고 원래 말하던 슬라이드를 찾습니다.
→ 어디까지 말했는지 잊은 발표자는 주섬주섬 큐카드를 뒤적입니다.
→ 이미 블랙아웃이 와버린 발표자, 죄송하다며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 온몸이 긴장하고 호흡도 벅차서 읽으면서 계속 버벅거립니다.
생각만 해도 심란하죠.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많이 안타깝습니다. 발표하다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대범하게 넘어가면 참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려드립니다.
실수해서 중단되는 상황이 생겨도 말은 계속합니다.
바닥에 무언가를 떨어뜨렸다면 슬며시 주우면 됩니다. 이때 말은 계속합니다. 몸이 잠시 움직일 뿐 발표는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작은 물건 떨어뜨린 게 청중이 발표를 듣는데 크게 방해한 것 없으니 굳이 "죄송합니다."는 말로 흐름을 깨지 마세요.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세요.
화면이 갑자기 멈췄어도 말은 계속합니다. 이때는 말의 속도나 분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손으로는 버튼을 누르거나 수습하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말은 계속 이어 나가세요. 저는 이럴 때 미소를 짓습니다. 긴장된 표정이 혹시 얼굴에 드러날까 봐 미리 근육에 힘을 주고 웃습니다. 발표자가 웃는 모습에 청중들도 별일 아니라는 듯 여기게 됩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관계자와 눈을 마주치세요. 씩 웃으면서 신호를 주세요. 달려와서 수습하는 동안 같이 멈추거나 죄송하다고 하지 마시고 계속 말을 이어가세요. 천천히 말하거나, 원래 말하던 부분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면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세요. 그리고 화면이 복구된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가시고 이미 설명한 부분이 지나갔다면 "방금 말씀드린 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면서 슬라이드를 슥슥 보여주고 넘어갑니다.
이런 대처는 청중들에게 여유 있고 노련하게 보입니다.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습하는 모습을 다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발표자 스스로도 자신을 헐떡거리도록 만들지 않았기에 안정적으로 심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바로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보다 발표의 흐름을 깨는 게 청중에게는 더 미안한 일입니다.
이런 여유 있는 대처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엄청난 연습입니다. 미리 내용의 흐름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입으로 많이 연습을 하면 온몸이 내용을 기억합니다.
한 뮤지컬 배우가 무대에서 단독 신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가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더래요. 나의 뮤지컬 인생은 오늘로 끝이로구나 했답니다. 핀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연주가 시작됩니다. 그러자 입으로 노래가 나오더랍니다. 연습을 많이 한 결과 그 반주를 듣자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 거죠.
작은 물건을 떨어뜨린 정도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두가 인지할 만큼의 큰 사고나 실수가 있었다면 일단은 진행하시고 모두 마친 후에 별도로 멘트를 하는 게 좋습니다.
"진행 중에 잠시 기기적 결함으로 문제가 있었는데도 계속 집중해서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깊은 사과드립니다. 그럼 이것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수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곤란한 상황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할 때입니다. 20분을 준비했는데 여러 이유로 그 시간을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1) 속도감 있게 진행합니다.
연습할 때는 시간에 여유 있도록 준비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속도를 올리면 시간 내에 맞춰서 끝낼 수 있습니다.
2) 부연 설명은 생략합니다.
흐름대로 다 말하되 일부 부연 설명은 패스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이렇게 지나가면 아깝지만 시간 내에 완성하기 위한 편집입니다.
3) 넘어가면서 나중에 질의응답으로 커버합니다.
흐름을 다 따라가다가는 시간 내에 못 마치겠다 싶으면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과감하게 지나갑니다. 이럴 때는 청중에게도 상황을 말해주는 게 좋겠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드카피로 갖고 계신 제안서를 보시고, 궁금하신 점은 발표를 마친 후에 질문해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발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난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언제나 가능성이 존재하는 실수나 돌발 상황조차도 이벤트의 일부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발표의 품위를 지키면서 잘 넘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