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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이토록 아픈 생리통> 마지막 화

서른아홉 살 여성이 지독한 생리통을 통해 불행을 넘어선 이야기

by 천변만화

※ 사진은 저희 집 목단을 근접 촬영했습니다 ^^


마지막 화에는 ⟨서.이.통⟩ 29화까지의 줄거리, 그리고 연재를 하는 동안의 다섯 가지 고충을 담았습니다.
또한 연재를 하며, 과거에 글과 책에 품었던 제 마음이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함께 고백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서. 이. 통⟩ 을 함께해 주신 이웃 작가님들과 독자분들께 짧지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남겨봅니다.




<서른아홉, 이토록 아픈 생리통>

줄거리


이 연재의 결말은, 생리통이 뭔지도 모르고 살던 한 여성이, 서른 중, 후반에 시작된 지독한 생리통을 시작으로 삶의 모든 것을 잃고 무너지며, 인생의 불행과 절망 그리고 오랜 세월 세상과 단절되었던 상처를 극복한 이야기입니다.


지독한 생리통의 정체는 병명도 생소한 중증의 심부자궁내막증(DIE) 4기였습니다.


저는 짧지 않은 시간, 혼자 병명을 찾기 위해 스무 군데가 넘는 의료기관 등을 전전했습니다.


병명을 찾은 어느 날, 이제 고통이 끝났다는 생각으로 진료실에서 울었지만 아니었습니다.

의사에게 당장의 수술밖에는 답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저는 그 수술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삶의 불행은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출구가 없는 현실에 죽으려는 마음을 먹고 마지막 정리를 위해 한 산사(山寺)로 떠났었습니다.


그러나 죽자고 든 산사의 하룻밤이, 열 달간의 사랑에 들어, 산사에서의 요양과 치료를 시작한 저는 어느 날 엉망이 된 현실 속에서 절치부심 하게 됩니다.


생리통 이란 흔한 이름뒤에 숨어, 한 사람의 인격과 영혼을 무너트리고, 24시간 몇 달이고 정상적으로 먹지도 자지도 배설하지도 못하는, 이 지옥 같은 병의 존재를 세상 여성들에게 알리리라!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홀로 절박하게 병명을 찾아다니고 있을 외롭고 처절한 여성들을 위해 이 병을 제대로 알리리라!


마치 절치부심이 옳았음을 말해주 듯, 진단 후 6개월 만의 MRI 재검사를 통해, 수술이 아니어도 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병이 호전되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받게 됩니다.


절치부심과 약물치료라는 두 가지 힘을 업고, 저는 그때부터 여성의 생리통과 심부자궁내막증(DIE)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 그리고 산사에서의 10개월 간의 여러 노력등을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접근을 통해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리통과 여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넘어, 건강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여러 건강 관련 정보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질병에 국한된 정보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고 챙기는 일이,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하는 일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7화부터 29화까지는, 혼자의 몸으로 이겨낸 과거의 불행, 절망, 외로움, 상처의 본질이 결국은 스스로의 회복과 치유, 그리고 성장과 성숙을 넘어, 한 사람의 행복과 자유와 독립을 이루기 위한 필연적 고통이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질병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결국, 과거의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저와 같이 나약하고 미천한 사람도 이겨냈으니! 여러분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라는 외침으로 마무리 됩니다.




연재 과정의 고충, 섯 가지


첫 번째는, 심부자궁내막증(DIE)이란 질병은 "완치"라는 개념이 사뭇 다른 병입니다. 때문에 독자들에게 사실만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결과를 전달해야 했던 저는 단순히 "진정성" 만으로는 이 연재를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매 회, 치료와 회복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필요했기에, 매일 반복되는 노력과 약물치료와 몸 상태에 대해 민감할 정도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으며, 제 몸이 스스로 그 답을 줄 때까지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노력하고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로 인해 부득이하게 두 번의 연재 휴재기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5화와 21화에 담겨있지요.


두 번째는, 질병과 치료 이야기를 넘어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즉, 불행, 상처, 절망, 외로움을 극복한 과정과 깨달음을 말함에 있어서, 제가 외치는 메시지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함몰되거나 치중되는 것에 대한 경계였습니다.


세 번째는, 위와 같은 삶의 고통을 이겨낸 저의 깨달음과 해답의 제시가 세상 모든 불행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왜?”라는 모순을 남기지 않고, 그분들에게 분명한 도움과 지표가 될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글에 대한 저만의 “신념”이자 “강박”입니다.


네 번째는, 질병과 삶의 불행을 극복했다는 그 하나의 결과에 의지해 쓰인 저의 이야기가 혹여 "사치스러운 자랑은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지옥 같던 저의 고통과 불행이, 결국은 제가 이길 수 있는 시련을 받아놓고, 마치 뭐라도 된 듯이 오만하고 유치하게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기 검열이 저를 자주 멈춰 서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글을 써야 하는 절대적 이유와 본질, 그리고 나 한 사람이 글 하나를 세상에 더 보태어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 걸까란, 글에 대한 (오랜) 질문 이었습니다. 나는 정말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자격이 있나? 이 글이 쓰여져야만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 속에서 매 회차마다 좌절을 겪어야 했고, 그 좌절을 스스로 넘어서는 과정이 힘에 부쳤습니다.




심부자궁내막증(DIE)은 지금도 여전히 생소한 질병이며, 많은 여성들에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수술이 재차, 삼차 반복되는 병입니다.

그렇기에 제 글은 오래도록 웹상에 남아, 누군가의 사소한 질문 혹은 절박한 검색을 통해 발견되고 지금처럼 읽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매 연재마다, 쓰는 단어 하나하나의 적절성과 사실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역량이 부족한 저에게 매 회차가 시험대였습니다.


또한 연재의 목적과 내용상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가독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독자분들께 불편을 드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달해야 하는 정보들을 포기 할 수 없었기에, 연재가 아닌 책의 목차 하나를 완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썼습니다.

그럼에도 채 싣지 못한 내용들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연재를 완결한 지금부터 회차마다 틈틈이 보완해 나가려 합니다.

또한 과학 및 의학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검수를 거칠 계획입니다.




마치며


"글"에 지독히도 실망하며 회의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글" 이 글쓴이의 인격과 양심을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단 사실에 상처받기도 했었으며

결국 "글" 이 세상을 구워할 수 없단 생각에 이르기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술" "창작" "대중문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아래, 자극적이고 잔인한 정서와 모방범죄를 자극하는 지금 시대의 "창작 집필" 에는 지금도 고뇌합니다.


글쓰기에 절망하며 절필했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서른아홉, 이토록 아픈 생리통>을 연재하는 동안 제가 글에 가졌던 "빛이 들지 않는 단면"

극복하고, 글이 쓰여져야 하는 가치와 몫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글을 쓰는 시간과 과정의 기쁨과 보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 활동을 하며, 개인의 글쓰기만이 아닌, 타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타인의 글쓰기와 마음에 애정을 갖게 되고, 타인의 생각과 정서에 댓글로 마음을 얹는 그런 선순환의 과정 속에서, 귀한 교류와 응원과 위로의 친목(親睦)도 가능했습니다.


때론 깊이 있는 사유로, 때론 희로애락으로요.


덕분에 "쓰는 일"을 넘어, "책을 읽어야 하는" 저만의 이유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읽은 수고를 한 자만이
작가가 우리를 위해 펼쳐놓은
책 속의 보물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한 편의 연재를 완결하며 찾은 "읽는 일"의 가장 큰 이유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 년 여의 시간 동안 <서른아홉, 이토록 아픈 생리통>과 함께 해주셨던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당분간은 그간의 소원했던 시를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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