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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un 01. 2017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




한강의 글을 읽으면

아프더라.

그것이 시였든.. 소설이었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눈물샘을 파고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고이는 눈물을 만들어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한다.


타인의 아픔을 

저리 잘 묘사할 수 있다는 건

작가급이 아니라, 

무당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책에서인가

한강 본인의 말로 그녀의 글에서 무당삘이 난다는 

평론가를 언급한 부분이 있어 공감했다.


세 파트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에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몽고반점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몽고반점의 앞뒤에 붙은 채식주의자와 나무 불꽃은

산 입구에서 보는 친절한 지도이고

몽고반점 파트의 해설 본인 거 같고...


생활 속에서 직접 겪었든,

신문방송에서 내레이션으로 흘려 들었든,

곳곳에 산재된 강요된 폭력이

한 인간에게 축적된 상처로 남고,

임계점에 이르면

 그 무엇으로든 

결국 그 상처를 표현함으로써 저항을 시작하게 되는 데

여기서는 그 저항이 채식주의였다.


한강 작가의 무당 끼는 

그 상처를 표현하고 반응하는 극 중 인물 하나하나에 빙의한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한강 <서시> 중에서


그래서 그녀의 글은 몇 번이나 

호흡을 멈추고, 다시 쉬고..

그러면서 읽게 된다.


한강의 글을 보면

작가가 부럽지 않다.


익숙해져 버려 이젠 무뎌진 일상다반사인 폭력을 

길들여지기 전에 그 생생한 느낌으로 응시하고,

그걸 저리 한 올 한 올 뽑아 올려,

인물을 만들고,

옷을 입히고,

저항하게 하니,

그녀의 삶은 그녀의 말대로

세상처럼 아름답고 잔인할 거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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