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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의창 Apr 21. 2020

그들은 왜 자신의 성과를 운이라 말할까?

뛰어난 사람들이 겪는 '가면 증후군' 

여러 분야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실제 증거가 있는데도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항상 저평가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소가 작용한다. 


한 예로 가면 증후군은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의 환경에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특히 흔하게 나타난다.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 생각하는 심리


사진 = sbs 방송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수상소감을 통역했던 '샤론 최'는 최근 미국 연예 주간지 <버라이어티>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과거에 가면 증후군과 싸웠다고 고백하였다.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연단에 선 미셸 오바마는 흑인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스스로 가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고백하였다.



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2015년 자신의 모교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생을 위한 연사로 서며, 1999년 하버드대학교 입학한 후  오랜 시간 가면 증후군을 겪었음을 말하였다.


"1999년 하버드대학교 신입생으로 섰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입학식 날 느꼈어요. 이건 실수라고. 난 여기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기엔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거든요. 그후 입을 열 때마다 매 순간 '난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야!' 라는 걸 증명하는 데 너무 많은 애를 쓰고 시간을 소비했어요. 일부러 신경생물학이나 고급 히브리어 문학처럼 어려운 수업만 골라 들었죠... 사실 내가 유명했기 때문에 입학한 거였어요. 남들도 그렇게 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여성들은 고정관념, 편견, 문화적 기준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여성뿐만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성과가 뛰어난 사람들(전형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특히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어떤 과학자가 죽기 직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내 필생의 업적에 대한 과장된 평가는 나를 아주 아프게 만든다네. 나는 마치 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기꾼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그는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누가 봐도 똑똑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똑똑한 사람들의 가면 증후군과 덜 똑똑한 사람들의 비논리적인 자부심, 이 두 가지 특성은 쓸모없는 방향으로 서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두 뇌의 몇몇 기이한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흔히 어떤 분야를 이끄는 리더는 해당 집단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것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즉, 똑똑할수록 일도 더 잘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견해에 확신이 없을 확률이 더 높고, 자신감 없는 인상을 주며, 남들에게 신뢰도 받지 못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자신감이 더 낮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반지성주의적 태도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 추론은, 이는 우리 뇌의 자기중심적인 편향과 위협 요인을 두려워하는 성향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만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위협 요인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더닝-크루거 효과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똑똑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자신만만하게 되는 현상을 과학에서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라고 부른다. 코넬대학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 Justin Kruger 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이들은 한 은행강도가 얼굴에 레몬즙을 바르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보고 이 현상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이 은행강도는 레몬즙이 얼굴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잉크와 같다는 말을 믿고 레몬즙을 바르면 자신의 얼굴이 카메라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잠시 이 부분을 생각해보자. 더닝과 크루거는 여러 실험을 하기 위해 실험자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신이 테스트에서 얼마나 잘했다고 생각하는지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놀라운 패턴이 발견되었다. 시험 성적이 나쁜 사람은 거의 항상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고 생각했고,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은 항상 자신이 더 못했다고 생각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일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을 억제시키는 뇌의 자기중심적 성향이 여기서 다시 발현된 것이다



한편 뇌는 우리 자신이 겪은 경험의 토대에서만 사고하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 같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따라서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일반적이며, 자신의 지능 역시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이들은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있으므로, 이들 주위에는 자신의 생각을 입증시켜주는 증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똑똑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성향을 가졌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알아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할 확률이 높다. 이런 생각은 결국 자신의 주장이나 발언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킨다.


이는 매우 흔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이지는 않다. 즉, 모든 지식인이 이런 의구심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며,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허풍 떠는 바보는 아니라는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의 생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주장을 듣고 싶으면 수천 파운드를 내라는 사람도 많으며,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생각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겸손한 태도를 갖춘 경우도 많다. 여기에는 문화적인 측면도 있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뒷밤침하는 연구는 거의 대부분 서구 사회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일부 동아시아 문화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동아시아 문화는 인지력의 부재는 발전의 기회 (더 건강한)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우선순위와 행동은 매우 다르다.



뇌 속에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소질이 있긴 한가?'
와 같은 생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을까?


놀랍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2009년 하워드 로센Howard Rosen과 그의 동료들은 40명의 신경퇴행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리고 실험 결과 자신에 대한 평가의 정확성은 전전두엽피질의 오른쪽 복내측 부분의 조직의 두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전전두엽피질이 자신의 성향이나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감정적이고 생리적인 작용에 필요한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 본 포스팅은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 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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