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대로 살아보는 연습
꾸따 해변은 시끄러웠다.
시끄럽고, 자유로웠다.
스쿠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 틈을 비집고 맨발의 아이들이 지나갔다.
바다 위에선 수십 명의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디선가 비치타월을 툭 펼치며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활기는 혼잡이라기보다
살아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무언가를 쥐지 않아도 괜찮은,
모든 게 느슨하게 풀려 있는 오후였다.
나는 가방도 없이,
그저 손바닥만 한 지갑 하나만 들고 해변을 걸었다.
이상하게, 그게 충분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나인 채로 걷는 기분.
그건 오랜만의 감정이었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왔다.
기다렸다가, 다시 밀려왔다.
서퍼들은 그 리듬에 몸을 실었고,
파도가 약하면 그냥 흘려보냈다.
가만히 앉아 지켜보다 보니,
나는 문득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통제’하려 했는지를 깨달았다.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쪼개고,
남들이 보기 좋게 살아내려 애쓰고.
그렇게 하루를 ‘완성’시키지 않으면
내가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내가 마주한 시선의 많은 사람들은
그냥 오늘을 살고 있었다.
누가 잘 타든 못 타든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파도를, 이 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전부였다.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해변 한쪽, 작은 그늘 아래에서.
어떤 대화도, 어떤 의무도 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쥐고 있던 ‘이상적인 나’의 모습.
그걸 서서히 내려놓고 싶어졌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
결국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흔들리는 나’.
그 모든 것을
이 꾸따의 파도가 삼켜주기를 바랐다.
그 순간 나는, 결심하지 않았다.
다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 한가운데,
‘조금 더 유연해지고 싶다’는 감각 하나가
조용히 번져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