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오래 같지만, 결국 물러난다.
새벽 두 시.
우붓의 조용한 골목,
작은 숙소 앞에 픽업 차량이 서 있었다.
짙은 어둠이 깔린 거리에서
누군가 창문을 내리고 내 이름을 불렀다.
“수연?”
차에 오르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고 없는 비.
그 순간, 이런 날씨에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불안이 스쳤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량 뒷좌석에 몸을 맡겼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묘하게 단단해져 있었다.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바투르산 입구.
가이드는 말없이 헤드랜턴을 내밀었다.
길은 미끄러웠고,
비는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
함께 투어를 신청한 여행자들도
모두 각자의 침묵 속에 있었다.
우리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은 채,
그 새벽을 묵묵히 오르고 있었다.
내 마음도 그랬다.
조용했고, 묵직했고,
하지만 분명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이 바뀌었다.
비가 멈췄고,
구름이 걷히더니
어디선가 별빛이 스며들었다.
마치 누가 조명 스위치를 켠 듯,
하늘엔 쏟아질 듯한 별이 가득했다.
‘별이 쏟아졌다’는 표현이
조금도 과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가이드는 숨을 내쉬며 웃었고,
운전기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외쳤다.
“럭키! You are so lucky!”
그리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는 그 순간,
정말로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이 모든 선택도—럭키였다고.
정상에 도착했을 무렵
하늘은 옅은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날,
내가 이 자리에 서겠다고 나에게 약속했던 날,
그 장면을 상상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바라던 장면이라는 건,
확실했다.
해가 떠오르자
산 아래 풍경이 물들기 시작했고,
그 빛은 조용히 내 안으로 번져 들어왔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가벼웠다.
나는 어떤 결심도 외치지 않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별이 쏟아지던 그 밤,
나는 내 안의 어둠을 조용히 통과했고,
해가 떠오르던 그 새벽,
나는 바투르산을 바라보며,
나를, 나의 선택을, 오롯이 지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