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멈추고, 비우고, 다시 채운 시간들

by 이수연
동이 트기 전, 아침 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삶을 짓는다는 것,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었다.


처음 발리를 찾았던 건,

이십대 끝자락의 겨울이었다.

모든 걸 열심히 하던 시기였고,

그만큼 조용히 무너지고 있던 때였다.

일도, 인간관계도, 삶도.

모든 게 벅찼고, 숨이 막혀왔다.


그때의 나는 회복탄력성이 0에 가까웠다.

그저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발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나는 또다시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도피가 아니라 실험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그려보고,

자립적인 삶의 구조를 찾기 위한 작은 시도였다.


여행은 그저 풍경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삶의 무대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일상을 멈추고, 감정을 들여다보며,

루틴을 다시 짓고,

삶의 한가운데에 나를 놓는 연습.

발리라는 공간은 그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잘 살아야지’보다

‘나답게 살아야지’라는 말이

마음에 자리 잡기까지,

나는 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 여정을 이 글에 담는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요.

잠깐 멈추고, 비우고,

다시 당신을 채워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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