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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Nov 09. 2022

엄마가 되었다. 어떤 글을 먼저 써야할까?

꼭 육아일기만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육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육아 퇴근의 경계조차 불가능했던 100일 이전, 산후우울증의 극복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라는 것을 처음 듣게 되었다. 글쓰기라면 종종 블로그에 글쓰기를 해왔고, 싸이월드 다이어리는 대학생 때는 거의 매일 쓰다시피 했는데. 생각해보니 점점 '쓰느 것'과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직장 서류에 치이고,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시간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평범한 20대 직장인이던 시절, 그 해에 읽었던 책이 단 3권도 안 되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한 달에 3권 이상은 읽는 듯 한데!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시도를 하다보면 점점 나의 것이 되어가는 것 같다. 처음엔 높은 구두와 정장이 내 것이 아닌 듯 하지만 여러 번 입다보면 나에게 어울리는 핏을 찾아가듯이. 글 또한 그렇다. 이 정장에 어울리는 화장법, 헤어 스타일, 가방, 악세사리를 찾아가듯 글 또한 나에게 맞는 주제, 내가 술술 잘 써지는 주제와 문체를 찾아가게 된다.



처음 글을 쓸 때, 아이의 수면 패턴과 같은 육아일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육아에 초점을 둔 글을 쓰니 전문성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에게 맞는 글의 옷은 육아보다는 전문성이었고, 전문성으로 인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였다. 따라서, 글을 처음 쓸 때는 주제가 딱히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쓰고 싶었던 글, 나의 이야기, 연애 이야기, 결혼 이야기...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엄마가 되었다고해서 꼭 엄마의 이야기만 담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불규칙한 수면 패턴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틈 나는 대로, 감성에 젖어든 날, 블로그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런치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지만 브런치 또한 작가가 되면 글을 적어갈 수 있는 너무나 스마트한 플랫폼 안에서 나만의 원고를 쓸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이미지를 쉽게 넣을 수 있는데 이미지 하나로 글의 분위기나 색을 만들어갈 수 있다. 


소싯적에 관심이 많았던 화장법, 요리, 드로잉부터 시작해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다. 이때, 글을 읽는 타켓층은 구체적인 것이 좋다. '엄마들'이라는 넓은 타켓보다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또는 '0~12개월의', '100일 이전의 아기를 키우는' 이렇게 구체적인 타켓이 만들어질 수록 글의 내용이 자세해질 수 있다. 이는 모든 글쓰기 책의 저자분들도 권하는 방법이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글을 함께 쓰는 모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혼자 글을 쓰기 어렵다면 함께 글을 쓰는 동지들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초록색 창에 '글쓰기 모임' 검색만 해보아도 많은 모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거나 오랫동안 글을 써온 리더를 만난다면 글의 실력보다도 마음의 든든함도 얻을 수 있다.


다만, 모임에서 글을 쓰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고 혼자 글을 쓰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다. 나의 글을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출판사에 투고해보고 싶다면, 모임보다는 나의 공간에서 글을 쓰고 전자책이나 종이책 출간의 꿈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나의 핏에 맞는 것을 찾아가면 된다.


 


글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아이를 사랑할 겨를도 없는 이 시기에.' 이게 돌 이전에 그러한 문구를 마주했을 때의 나의 생각이었다. 사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에 빠른 시일 내에 취업을 하고, 유능한 워킹맘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에도 삶은 내 계획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을 만나기도 하고, 강제 백수가 되기도 하고, 아이가 갑작스럽게 아파서 어렵게 복귀한 직장을 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러 상황을 맞닥드렸을 때 남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 남들이 대신 선택해주지도 책임져주지도 않을 나의 삶.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생각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그 생각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그 화살은 아이와 남편에게 향하게 된다. 글쓰기는 아이의 상황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오직 나와 독대할 수 있는 시간.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면 잠시 기분이 풀리지만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고된 육아의 삶을 나누었던 친구가 복직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했을 때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공허함. 그 자리를 글쓰기가 채워줄 수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작은 브랜딩을 시작하기 위해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김영욱 작가님의 책 제목이 눈에 띈다. 

당신은 이미 브랜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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