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선생님 Aug 23. 2023

우리 집 말 배우기 교실 : 첫 번째 시간.

말 잘하는 아이가 되기 위한 첫 단추 : 듣기

양육자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말을 잘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영유아의 경우, '언어발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지요. 아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을 때의 즐거움은 양육자에게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때로는 당황스러운 말을 할 때도 있지만 부모에게는 행복한 기억으로 저장되어요.


아이가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어떻게 촉진해주어야 할까요? 먼저, 그 첫 단추는 "듣기"예요. '말을 잘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화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전달할 때에도 이는 마찬가지예요. 분위기를 읽고, 청자의 반응을 살피고, 내가 전달할 말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매일 접하는 미디어로부터 들리는 소리, 마주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목소리는 우리의 청각을 자극하지요.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보는 것'에 더 익숙할 수도 있답니다. 영상을 볼 때에도 소리 자극보다 시각적인 자극이 더 강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을 거예요. 아이들은 시각적 자극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영상을 시청할 때에도 단순히 보는 것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상대방의 입을 보거나 얼굴 표정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가정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할 때에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익히지 못한 경우도 많고요. 그동안 착용해 온 마스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한정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일상도 잠시 들여다볼까요? 어른들의 손에는 늘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때로는 내 아이와 소통을 할 때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고 아이의 목소리를 듣곤 하지요. 이 일만 마무리되면, 이것만 주문하면, 이 글에 대한 대댓글만 달면 내 아이의 말에 다시 집중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에는 아이는 이미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지요. 재미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말 잘하는 아이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 있다면, 잘 들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먼저, 아이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아이가 첫 단어를 산출했을 때의 그 감격이 혹시 기억나시나요? 아이는 매일매일 엄마아빠와 소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이의 말에 귀를 열어주세요. 귀뿐만 아니라 아이의 눈을 바라보시면서 아이만의 방청객이 되어주세요. 아이도 그러한 모습을 통해 '듣는 기술'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의 생각을 듣는 시간도 마련해 보세요. 처음부터 세련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가족회의 시간을 만들어서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연습해 보세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 어른과 어른 사이의 대화입니다. "에이~그건 아니지!" 이렇게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하거나, 대화 상대자가 말을 할 때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모습은 좋은 모델링이 될 수 없겠지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보세요.


아이는 가정 안에서 의사소통 방법을 알게 모르게 배워요.  '듣기' 또한 가정에서 부모의 모델링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부담감이 커지셨나요? 희망적인 것은 아이의 기억은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오늘부터' 좋은 모델링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그대로 흡수한다는 거예요. '어제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했는데, 배우자를 무시하는 말을 했는데.', '아이 앞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좋은 모델링이 될 수 있을까요?'

-> 네! 가능합니다.  어른도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들어주었을 때보다 말을 했을 때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오늘부터 가장 가까운 사람, 무엇보다 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보세요. 아이의 말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할 거예요. 보물이 많이 쌓일수록, 말을 잘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답니다!



이전 18화 우리집 '말배우기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