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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Sep 25. 2023

6년간의 그림책 육아를 돌아보며.

'요즘 육아'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6살 하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는 요즘 글씨를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특별히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그림책을 만들거나 들었던 전래동화 구절을 쓰곤 한다. 아직 맞춤법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불과 1년 사이에 한글을 깨우친 아이가 그저 기특하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야 아이가 스스로 호기심을 갖는다는 말에 공감하는 순간도 더욱 자주 마주하고 있다.



육아를 하면서 sns를 하다보면 '그림책 육아'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다. 마치, 아이가 적어도 5살 무렵까지는 세트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림책 육아는 언제부터인가 육아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림책을 읽어주었기 때문에 말이 빨리 트이고 이후에 한글과 더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간혹, 그림책 육아가 마케팅이 되어버릴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림책 육아는 아이의 말을 트이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 육아' 트랜드처럼 전집 세트와 패키지가 꼭 갖춰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sns 속 전집 공구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의 사진은 넓은 거실과 큰 책장이 놓여 있어도 아이가 앉아서 책을 읽을 공간이 충분하지만, 그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가정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전집을 구매해도 구성품을 거실이나 아이 방에 놓을 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기엔 육아 환경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시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년의 그림책 육아를 돌아보면, 아이는 호화로운 것에 반응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새 물건'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새 책과 장난감을 보면 2-3일 정도 몰입해서 보긴 했지만, 다시 자신에게 익숙했던 애착 책과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곤 했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의 성향이 한 몫을 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은 '새 것'보다는 엄마의 지속적인 관심과 익숙한 것에서 발견하는 보물과도 같은 재미요소를 찾는 거였다.


'남편의 월급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이를 출산하고 일을 쉬게 되어서', '내 아이에게 만큼은 넉넉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나보건대,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이미 엄마의 관심과 애정이 맞닿아 자라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풍족한 것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감사함을 배워가고 있었다.


언젠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육아서의 한 구절을 보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풍족한 것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부족함이 없다는 이야기가 남겨 있었다. 물론, 결핍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결핍은 오히려 과한 욕심으로 이어지거나 자신의 환경에 대한 낙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당시의 저자가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모든 것이 마치 말랑말랑한 스펀지와도 같다. 외부의 자극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받아들인다. 풍족한 가정 환경에서 부족한 없이 자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람이지만, 적어도 책 육아와 교육에서 만큼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책장 정리를 하다가 아직 읽어주지도 못한 보드북을 발견한 적이 있다. 나름 책을 적게 구매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나 역시도 호기심에, 엄마 욕심에 책을 구매하고 아이에게 한 번도 읽어주지 않았던 책이 있었구나. 새 책을 구매하기 이전에 집 안 책 장에 꽂힌 책으로 아이와 더 깊이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불과 출산한지 6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요즘 육아'에 대한 어떠한 의견이 생긴 선배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자신감 있는 척 글을 쓰고 있지만, 선배 학부모 앞에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도 한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육아 시장의 흐름이 급변하는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림책 육아를 해오면서 외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그림책 육아의 경력은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기에, 그리고 내 아이 한 명만 키워봤기에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이제는 조금씩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보려고 한다. 전집을 구매하거나 어떠한 구성품에 들이는 비용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우리 집 책장에 꽂힌 책으로 아이와 보다 깊이 소통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 아이를 6년 (밖에) 양육해보지 않은 (선배인 척 하는) 엄마가 바라본 '요즘 육아'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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