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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Sep 27. 2023

명절 금기어: "아이가 말이 좀 느린 거 아니니?"

이 말 대신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 올해는 지난 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혼인율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특히,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더 급증한다고 해요. 추석을 지난 늦가을, 설이 지난 겨울과 봄 사이에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유교사상은 말할 것도 없이 가정의 불화를 불러오는 것 중 또 하나는 명절에 함께 모인 어른들의 '내 아이를 향한 피드백'입니다. 피드백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특히 발달에 있어서의 피드백은 아이를 오랜 시간 관찰하고 지켜볼 수록 더 정확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어르신들은 적어도 삼남매 이상의 양육 경험을 갖고 계실 거예요. 제가 결혼을 준비했던 불과 8년 전만 하더라도 '싱글, 돌싱, 딩크'라는 말이 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기고, 여느 선배들처럼 복직을 하거나 직장을 관두더라도 양육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되었지요. 요즘은 아이 없는 부부도 꽤 많지요. 


결혼을 하지 않으면 결혼에 대해, 결혼을 했다면 자녀 계획에 대해, 자녀가 외동이면 둘째 계획에 대해 묻는게 요즘 어른들이라고 하지요. 물론 다 그러신 것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 무게감이 크기 때문에 명절을 패러디한 드라마나 콘텐츠가 인기가 많은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누군가 나의 마음의 소리를 방송이나 콘텐츠로 내보내주니, 속이 시원해지니까요.



그렇다면 자녀가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가 36개월 미만, 24개월 미만, 12개월 미만일 수록, 어른들의 관심은 아이의 발달에 맞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클 거예요. 옛날엔 이웃집 아기가 언제 말을 하는지, 언제 걷는지, 언제 기저귀를 떼는지에 대한 정보를 서로 덧없이 나누곤 했어요. 더군다나 손주, 손녀, 사촌의 아이라면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거지요. 


그런데 아이의 발달은 잠깐 보아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맞물려있습니다. "우리 아들(현재 40살)은 돌이 한 참을 지나서 엄마를 말했어. 근데 지금은 말하는 직업을 갖고 있잖여.(예 : 교사) 그러니 괜찮어." 혹은 "우리 딸(현재 35살)은 돌 전부터 말을 참 잘 했는데. 즈그 엄마 안 닮았나보네.(예 : 손녀는 10개월)" 이러한 경험,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아이의 발달에 대한 피드백은 가정의 평화보다 심란함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명절을 지나며 발달을 주제로 모인 커뮤니티는 명절 후기로 매년 채워지지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발달이 느린 아이를 시댁에 데리고 가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비슷한 또래 사촌과의 비교는 부부싸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어머님은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 "솔직히 우리 아이가 말이 늦은 것은 맞잖아.", "그럼 내가 애쓰지 않았다는 거야?" "..."



발달에 대한 비교와 피드백보다 아이에게 한번 더 따스한 인사를 들려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좋아하는 음식, 다니고 있는 기관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아이의 양육자는 지금도 충분히 애쓰고 있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이만큼 키우느랴 얼마나 애썼냐고, 이렇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세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보다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요?


"너네 아이가 말이 좀 늦은 것 아니니?"보다는
"아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바꾸어보세요.

"그동안 이만큼 키우느랴 얼마나 애썼니.
정말 고생 많았다." 격려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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