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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Sep 11. 2023

감기 바이러스와 언어발달.

자주 아픈 아이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생각은 아닐 수 있지만, 코로나 이후로 우리 아이들은 더 자주 아픈 것 같다.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이고 있지만 사실 잘 드는 지는 모르겠다. 하나의 바이러스를 치르면 또 하나의 바이러스를 한 주 걸러 한 번씩 마주하는 느낌이다. "꼭 마스크 쓰고 다녀!"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겪고 있다.



<코로나와 언어발달> 이야기는 얼마 전, 방송에서도 보도가 되었다. 오래간만에 본방을 챙겨 보았는데, 2020년 이후 출생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의 고민을 더욱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부모교육 현장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다수가 듣는 공간에서는 우리 아이만의 언어발달 고민을 오픈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기와 언어발달>은 최근 아이가 자주 아프면서 소아과에서 연상된 이야기다. 감기가 굳이 언어발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나 소아과 대기가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아이일 수록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감기에 걸리면 일상에서 언어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받는데 제한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이지 않을까.


'청각'적인 자극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감기에 자주 걸릴 수록 중이염에 걸릴 가능성이 많아지고, 특히나 삼출성 중이염은 청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언어발달에 있어서 많은 자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하는데, 중이염으로 인해 많이 듣지 못한다면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기가 길지만 부지런히 예약을 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에 대해서는 약학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감기약을 먹고 난 후 어른도 나른함을 이기기가 힘들 때가 많다. 마음껏 뛰어 놀고, 그 안에서 언어 자극을 받아야 하는 때에 무기력감과 피로를 안고 있다면 자극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언어발달에 있어서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의 양육자가 적절한 언어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부모교육 현장이 아니라면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육아서가 주는 정보, 유튜브 육아 채널이 주는 정보가 유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가정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언어자극을 주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외국어 공부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자 영상을 보고 책을 참고하지만, 실제 시도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에. 언어자극을 주는 방법도 직접 배우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도 전문가 이전에 시행 착오를 겪으며 배워온 때가 있었으니까.



아이가 아프다면, 많은 언어자극을 주고자 하는 시도보다 아이의 상황에 맞는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을 권하고 싶다. 

"괜찮아? 엄마가 위로해줄게.", "약 먹자. 약이 쓰지?", "소아과 선생님 만나러 갈 거야.", "약은 약국에서 받을 수 있어. 약사 선생님이 만들어 주시지."

엄마도 아빠도 아이가 아프면 제대로 된 숙면을 할 수 없기에, 아이가 아플 때는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극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그 상황에 맞는 말을 배워간다.


얼마 전, 아이의 사교육 플랜에 대한 이야기를 비장한 마음을 품고 나누었다. 그리고 마주한 여러 차례의 감기.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그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정보와 도구가 넘쳐 흐르는 이 시대에 우리는 만족스럽기만 한 육아를 하고 있지 않으니까. 집 근처에 소아과가 하나 더 생긴다면 둘째 임신을 고려해보겠다는 농담이 진담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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