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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발달,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

주변을 덜어내고 내 아이에게 가볍게 집중해보세요.

by 말선생님

'언어발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쉽고 가벼운 느낌보다는 그와 반대의 느낌이 더 드실 거예요. 돌이켜보면, 학부와 석사 시절, 언어발달 과목을 수강하고 시험도 숱하게 많이 보았지만 저에게도 쉽지 않은 어감이었어요. 왠지, 사실만을 전해야만 할 것 같은 엄숙함과 함께 자녀의 언어발달 상황을 이야기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 무거운 분위기가 연상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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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고백하건데, 자녀를 양육하기 이전까지는, 아무리 외워도 개월수에 따른 언어발달 과정이 늘 새롭게 느껴졌어요. 발달과정을 문자로 받아들이고 외우려고만 하는 학습자였기 때문이지요. 전공자에게도 어렵고 늘 다시 외워야만 했던 존재였던 언어발달이 양육자분들께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서, 아이가 어릴 수록 양육자는 아이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니까요.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맞게 기고, 앉고, 서고, 걷게 되면서 양육자뿐 아니라 아이의 주변 어른들 또한 자연스레 아이의 '말'을 기대합니다. 아이의 '함미' 소리에 온 집안이 떠라가라 웃음 소리가 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그 시간을 경험한 양육자는 알고 있지요. 때로는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내가 그동안 가정에서 아이를 잘 돌보았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낯선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육아서를 반복해서 읽어도 다음날 새롭게 느껴지고, 아이가 해당 개월수가 되었을 때 읽었던 육아서를 다시 찾아보는 것 또한 누구나 겪는 일일 수 있습니다. '출산을 하고 난 후, 기억력이 나빠져서', '내가 평소에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아서', '평소에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라고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갖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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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의 언어발달을 마치 '숙제검사'처럼 느끼지 마세요.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분기별, 월간, 주간 실적 보고서를 내곤 하는데요. 아이의 언어발달 또한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에요. 우리의 어르신들께서는 이웃 아이의 말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고 음식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더군다나 나의 손주이기에 때로는 훈수를 두실 수도 있습니다.

친척모임이 있는 날 하필 말을 유독 더 하지 않는 아이, 울음과 짜증으로만 반응하는 아이,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언어발달과는 큰 연관 없이 아이의 컨디션이나 그날의 주변 분위기에 따른 반응일 가능성이 크답니다. 내 아이의 언어발달은 분기별 언어 실적 보고가 아니다! 우리 기억하기로 해요.



요즘 sns를 보면, 언어발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릴스나 피드를 더욱 자주 보게 되는데요. 정보를 보고 나면, 속이 시원하기 보다 내 아이의 발달 상황과의 비교로 이어지고 좌절감에 잠이 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평소에 빠르다고 느낀 양육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예요. '아, 언어발달은 어려운 거구나. 내 아이는 빠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역시, 내 아이는 느린 거였어.', '나는 왜 저 릴스 속 엄마처럼 해주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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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 속 엄마도 영상을 찍을 때만 아이에게 유독 다정했을 수 있고, 1년 365일 풍성하게 자극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언어발달 영상과 피드는 내 아이 육아에 참고만 해주시되, 비교하기보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하루에 10분만 함께해주신다면, 오히려 sns 영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인스타그램 안에서도 언어발달 콘텐츠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언제부터인가 브런치 공간에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양육자분들이 한 분, 두 분...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단 한 명의 양육자에게라도 글이 힘이 될 수 있다면, 육퇴 후 잠을 늦게 자더라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집 말배우기 교실' 안에서 보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때로는 속 시원한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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