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3 - 공동체 경청, 우리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생명을 가득 담고 있으나 사람이 아니어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들. 자연.
도시에 사시는 분들은 흙을 밟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들었습니다만
우리에게 자연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적성검사를 하면 학생들 중에 농업이 적성으로 뜨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얘들이 농사를 잘 지을까? 스스로도 농업? 낯설게 느끼는 아이들
실제로 농업의 적성이 있는 친구들도 있구요.
그중 50% 이상은 스트레스를 호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삶이 힘들 때, 내 앞의 현실이 막막하고 어려우면
이곳을 떠나 머물고 싶은 곳, 우리가 태어난 자연입니다.
물, 바람, 나무, 흙. 우리가 존재하는 근원들.
우리는 그 존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자연은 우리에게 동반자로 여겨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썩은 것은 드러내고, 필요 없다 싶은 것은 보기 좋게 만들어서
자연을 우리의 생각으로 맘대로 대한 건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비가 많이 내려도, 눈이 많이 내려도
천재지변이 한번 일어나면 속수무책 무너지는 참 작은 존재가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공원을 한번 걸어보십시오.
공원이 어렵다면 내 주변의 바람, 햇살, 쏟아지는 물, 자연의 마음을 경청해주십시오.
자연은 우리에게 삶의 깊은 의미들을 소리 없이 가르치는 스승입니다.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은 우리지만
나무 둥지에 새들은 자녀의 날갯짓이 시작될 때
떠나보내는 법을 가르쳐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다 부러진 메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보고 계십니까. 이제 곳곳에서 새싹이 무섭게 피어납니다.
어디에 숨어있었을까요.
가만히 둘러보면 내 주변의 온 땅은 희망을 품어내고
생명을 부지런히 키워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순리를 가르치고
아무리 어두워도 새벽이 온다는 것을
밤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쉬게 하고 느리게 만들지만
낮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온전한 힘이 됨을
느린 것, 멈춘 것, 말이 없는 것, 진전이 없는 모든 시간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임을 자연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바람의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강물이 전하는 소리.
내 삶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신다면
사방에 쏟아지는 햇살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 하나.
우리는 자연이며 분명히 흙으로 돌아갑니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서...
2009년 오체투지 순례단은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사대강 개발을 멈추길 기원하며 한걸음 한걸음 온몸을 아스팔트에 던지며
대로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경찰들이 주변의 교통을 안내하고 도와주셨지만
지나가는 15톤 트럭의 굉음은 굉장하고
옆으로 뿌려지는 물줄기로 온몸이 젖어가며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전종훈 신부님과 함께 길을 걷던 많은 시민들은
길을 걷는지, 물길을 헤치는 지 알 수 없을 만큼
그날은 참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참 비루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길가에 기어가는 작은 자벌레들처럼
쏟아지는 비속을 묵묵히 절하며 걸어가 숨이 턱에 찾던 그 순간에
겨우 작은 휴게소를 만났습니다.
누군가 따뜻한 차 한잔을 서로에게 권합니다.
수경 스님이 웃으셨습니다.
야... 우리 꼴 참 웃기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손에 담긴 차 한잔
아이처럼 장난치는 큰스님의 농담에
모두에게 따뜻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평화란 건 이런 거구나.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상황에서도
그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차 한잔의 시간.
제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입니다.
당신 곁에 자연이 있습니다.
묵묵히 해는 뜨고 날이 밝고 겨울이 지나 꽃이 핍니다.
자연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십시오.
_______________________
본 글은 심리상담연구소 心地에서 진행하는
부모성장학교 '따뜻한 말 한마디'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좋은 부모로 성장하고픈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100일 지성을 올리는 정성으로 함께 해주시면
분명 우리 안에 삶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원을 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