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경청훈련 16화

16. 잊혀진 이야기들을 듣다.

경청 3 - 공동체 경청, 오래된 물건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

by 마음자리

봄이 되면 반사적으로 대청소를 합니다. 뭘 좀 치워야 봄이 오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것저것 버리면서도 꼭 한쪽 구석에 딱히 쓸모가 없어도 남겨두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 달라서 남들은 이거 왜 안 버려? 이러면 버려야지. 그러다가도 다시 갖다 놓게 되는 것.

그 안에는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내게 의미 있었던 시간들의 경험,

지금은 돌아가신 분이 남겨주신 물건들.

타인에게는 값없는 물건처럼 보여도

때로는 나도 잊고 실때가 많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멈춰 서면 그들이 내게 있었음을.

내게 그 시간이 존재했음을 일러주는

물건들이 건네는 이야기들.


많은 것이 편리해졌습니다.

신기한 물건들도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익히면 당연히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어느 한 구석에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과 함께 있음을 일깨우는 물건들.


오늘은 청소를 해보시죠.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하나 치우다 보면

어? 이거 언제쩍 거더라? 오래전 이야기를 전하는 그 무엇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큰 아이 유치원 때 일기장, 빛바랜 사진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늘 엄격하던 아버지와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도 모 그렇게 없죠.
그리 따뜻한 사이가 아니었으니 그리움도 그닥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사 때마다 아버지의 현미경은 늘 따라와 제방 한 구석에 놓여있습니다.

초점도 안 맞고 렌즈도 다 엉성해서...
핑계는 아이들 가지고 놀라고 챙긴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아이들에게 건네준 적은 없었네요.

6살, 7살 아주 어릴 때
슬라이드에 모기 한 마리를 잡아 테이프로 붙여
보여주셨습니다. 헉. 이리 무지막지하게 생긴 녀석일 줄이야.
막 신기해서 이리저리 굴려보는데
기억이 납니다. 현미경의 초점은 어떻게 맞추는 건지.
하나하나 빛이 들어오는 길을 알려주셨던.
있었던 거죠. 아버지와 나와의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아마도 그 기억이 나로 하여금 이젠 골동품이 된 현미경 박스를
끌고 다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지도 20년이 넘었는데 그렇게 아버진 제 곁에 있습니다.
기억으로 생생하게.
현미경.jpeg 우리의 과거는 현재에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헤어져도 함께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며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나도 생각하게 합니다.

언젠가 내가 생을 마감하게 되면

그들은 나와 어떤 기억을 공유하게 될까요.


오늘은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그리고 잊혀진 기억 속에 소중한 이야기들을 찾아 경청해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 하나를 남겨주시죠.

오늘,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물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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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심리상담연구소 心地에서 진행하는

부모성장학교 '따뜻한 말 한마디'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좋은 부모로 성장하고픈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100일 지성을 올리는 정성으로 함께 해주시면

분명 우리 안에 삶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원을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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