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학습, 함께하는 한자 3급, 마부작침(磨斧作針)의 힘으로!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한자 공부
사자성어 10개씩 적어보기
매일 단어 15자씩 쓰고 익히기
아들의 겨울방학은 이미 반 이상이 지나갔다. 아쉬워하는 아들의 얼굴빛을 읽어내지만 필자는 입가에 미소를 조금 드러내고야 만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도서관 출입을 습관화했다. 물론 추운 날씨가 들었던 한파의 며칠은 집에서 차분하게 학습 분위기를 이어주어야 했다. 도서관보다 더 도서관 같은 우리 집이 사실 어쩔 땐 나가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게 해 주는 것은 학습 효과가 아주 크기에 도서관 방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워낙 혼자서도 잘 노는 아들이라 노는 시간을 잘 확보하는 것은 아들의 최대 장점이다. 보름이 조금 지난 시점이지만 반 친구가 가족과 함께 한 번, 친구 혼자서 한 번 더 놀러와 아이들의 내면에 숨겨진 게임 본능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몇 시간씩 앉아 게임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몰래 많이 할까?라는 염려가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친구가 오면 가끔 풀어주는 것도 이 아이의 숨통이 행복하겠지 하면서.
한자 공부는 아직 할 시간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던 1월 초 어느 날, 아들이 그런다. "엄마, 서점에 가서 한자 책 좀 봐봐요. 아니면 동영상 강의를 하나 등록을 해 주시던가요."라고 한다. "동영상을 사는 게 나을 것 같니?"라고(다음 주 여행 계획이 있어서 인지 동영상을 구입하는 것은 조금 보류하자고 말을 넣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다시 한번 물었다. 며칠이 지난 후, "엄마, 그냥 동영상은 등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책 사서 하루에 정해두고 엄마랑 조금씩 저녁에 하면 될 것 같아요." 갑자기 아들의 발언에 '아! 나와 함께 공부하기로 했었지. 그 한자 3급을 말이지.'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가 아파온 첫 번째 이유는 공부를 늘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 뒤에 저녁이면 갑자기 몰려드는 집안일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을 잠시 접어두면 어떨까? 의 속내도 울림으로 다가왔다.
남편의 퇴근이 들쑥 거릴 땐, 남편이 오는 것을 확인한 후 아들과 함께 자리를 피해 공부를 시작했다. 사자성어를 10개씩 적고, 그리고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각자 했다. 그리고 난 후, 매일 학습으로 15자의 읽기 한자와 쓰기 한자를 섞어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어릴 때 많이 쓰던 깜지 형식과 비슷했지만, 잊고 지낼뻔한 한자를 다시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획순도 엉망으로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정정하며 배우는 즐거움이 행복했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스텝을 맞춰가며 써 내려가며 경쟁을 한다. 나는 아들과 경쟁을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지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는 내가 더 열심히 하는 척(?)을 부리지 않으면 안 된다.
감사하게도 먼저 하겠다고 나서 주는 녀석이었기에 이렇게 힘들지 않게 어려운 한자 3급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면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데, 엄마가 바꿔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엄마, 책 읽는 엄마, 텔레비젼 뉴스와 예능 몇 개 외는 잘 안보는 엄마(남편과 같이 하면 좋겠지만 아이 아빠는 집에 오면 텔레비젼만 보고 있기에 패스)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큰 역할이지 싶다. 아들에게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힘을 믿고 싶다.
2018년 3월 9일,
한자는 역시 그림 글자임이 확실하다. 가물거리는 나를 위해 '어문회 한자 3급 자격증'을 핑계로 도전에 나섰으나 꾸준히 잘 하기가 참 힘들다. 단기 알바를 위해 잠시 집을 떠난 조카가 잠시 들러 사진 한 장을 남겨준다. '분위기가 장난 아닌데'라며. 한자를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요즘(2018년 8월) 날마다 한자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격일이나 3일에 한 번 정도 보고 있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라 그래도 열심히 하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