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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02. 2018

8.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 #개학

나미래 에세이_아들은 4학년, 개학을 했다

<개학을 했다>

 

  삼일절과 주말 사이에 낀 금요일에 아들은 새 학기 등교를 시작했다. 새 학년 첫날부터 며칠 체험학습(아들의 학교에서는 1년에 10번,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 결석 대신 출석으로 인정)을 내기가 거북스러워 제주도 여행을 취소한 사연이 있다. 정월대보름에 맞춰 새별오름에서 일어나는 들불축제를 보는 것은 내년으로 다시 미뤄본다. 여행 취소의 사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새로운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에 특별히 흥분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자유로움을 상실한 자의 모습처럼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약간의 불편을 나열하기에 바쁘다.

  “엄마, 학교 급식 먹어야 하잖아요. 엄마 밥이 최곤데, 학교도 일찍 가야 하고.”

  조용히 듣고 있자니 계속 나열할 기세다. 급식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필자는 그저 의아해했다.

  “엄마는 제 입맛에 맞춰서 해 주시는데요. 학교와는 완전히 다르죠.”

  “그래도 고루 영양에 맞춰 식단을 짜주시는 건 엄마 입장에선 감사한데. 참. 밥보다는 집에서만큼 말을 못 할까 봐 걱정인 건 아니니?”

  ‘아니다’며 극구 부정하는 아들을 보며 속으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업 시간에는 규율이 정해져 있는 만큼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발표나 수다 수위를 조절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발표를 하고 싶어도 한 학생만 시키는 경우를 지양하는 선생님들은 손을 계속 들고 있어도 다른 아이들에게 먼저 순서가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손을 드는 친구가 없을 때가 되어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들에게 순이 돌아온다고 했다. 이럴 때마다 아들이 학교에서 펼치고 오지 못한 수다스러운 말을 나에게 풀어놓는데 그 말 기운을 받기 위함이 보통의 수위를 넘는지라 필자 또한 지칠 때가 왕왕 발생한다.    

  그래도 학교 측으로부터 3일 전에 연락받은 교과서(이런 단체 문자 연락은 참 바락직하다.)를 챙겨 들고 학교를 향하는 아들의 발걸음이 참 가벼워 보인다. 어차피 챙겨가야 하는 필수 준비물을 전날 저녁에 가방 안에 집어넣으며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 보이는 것도 같았다.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일찍 나서면서 쉬는 시간에 읽을 책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가는 모습에 생기가 넘쳐흐른다. ‘4학년에도 회장을 나가야 하는데 1학기가 좋을까요? 2학기가 좋을까요?’라고 물으며 새 학기를 시작하는 녀석. 역시 잠깐의 투정이 있을지라도 ‘아들은 학교를 가야 한다.’로 정의를 내렸다.

  학교를 향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필자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결과다. 형제자매들이 많은 북적거리는 집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학교를 가는 길이었는데. 학교를 가면 부모의 일손을 돕지 않아도 되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공부보다도 교실 밖에서 떠들 수 있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포함해서 말이다.

  성장해서도 아들의 경험 속에 조금 더 많이 기억되고 지배될 10대의 시작. 그 시작이 되는 생채기의 춘삼월 봄을 응원한다.




꽃을 샀어

봄 구경 나갔다

바람난 눈이 꽃을 넘어보네

사뿐한 봄을 사고 싶었어


꽃을 샀어

화원에서 내 손에 이끌려 건너오니

고즈넉한 봄 향내

잔잔히 집안을 뿌려놓네


꽃을 샀어

노란색과 보라색의 봄

후리지아

꽃말부터 나를 위로하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


순진하고 깨끗함이 돋아나는

후리지아,

자기애에 빠진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이라 쓰고 짝사랑이라 읽었을 그 사랑


꽃을 샀어

꽃말이 나를 지배하지 않았지

기운을 차려야 했던 내가 본 자리

순진함에 이끌려 봄을 잡았어

신문 옷을 입힌 꽃다발이 되었지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사랑을 했다네

후리지아


꽃을 샀어

당신과 그들과 나의 시작을 응원해.


<후리지아, 나미래>




https://brunch.co.kr/@mire0916/109

https://brunch.co.kr/@mire09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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