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봄비
<봄비, 나미래>
음률의 계단을 탔지
늦은 밤길과 속삭이는 마음 급한 봄비
하늘 가까운 다락방 창문에 고개 들어
비척거리며 토닥거리는 수다에 취한다
몸을 비튼 기침소리도 흙내음 일으키네
그래 이제 봄이라고
언 자리 눈치 보며 수선화 속살 내보이고
겨우내 엄한 기운 밀어내며 반갑다고
거추장스레 겨울옷 껴입은 하얀 창칼
거친 모래 이고 꽃대 올린 붓꽃이었네
서로서로 반가운 봄
처연히 고개를 숙이고도
혼자가 아니라 외치던 마지막 황무지 잎사귀
떨구지 못한 꽃가지에 봄물을 받아내겠지
뚫린 지붕에 뭉친 겨울은 봄볕으로 위로할까 봐
불안한 봄비도 이제 행복해지네
가족여행으로 집을 떠나 있던 사이,
한 번의 비를 소심하게 맞은 듯한 구근 식물들.
고개를 숙이고 땅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붓꽃이 꽃대를 부끄럽게 올리는 것을 목격했다.
굵은 마사토와 섞여 잘 보이지 않는다.
숨은 그림 찾기다.
정중앙 가운데에 하얗게 살을 보이는 것은
보라색 붓꽃의 꽃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이지도 않던 녀석이
잠깐 내린 비로 땅이 풀리니 몸을 내어주었네.
수선화의 새싹 색감이 참 곱다.
겨자색깔을 띄며 땅과 마주하는
시간의 경험은
초록으로 물들여질 세상을 곧 맞이할 터.
깊은 밤에 그치지 않는
비를 안고 더욱 키를 키울
녀석들의 봄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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