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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Sep 29. 2016

#에끼, 자식 바라기

나미래의 여행이야기_주절주절 일상 여행



에끼, 자식 바라기 아들과 일상 여행


     

  아이야, 지원하려고 하는 그곳의 자기소개서 양식에는 너의 다양한 꿈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아직 많이 어려 하나의 꿈을 적어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이 들었지. 너의 꿈만큼은 창작해 낼 수가 없었다. 정말 그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은 너 자신이니까. 탐험가가 되었다가, 엄마가 바랐던 의사를 꿈에 넣기도 했었고, 친구들과 지내며 싸움하지 않고 중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판사가 되어보는 것도 너의 바람을 엿볼 수 있었다. 한때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축구 선수의 바람도 나왔지. 다 적어낼 수 없어 오래 입에서 달고 있었던 몇 개의 꿈. 그것을 나는 각색이라도 하듯 문장을 늘리고 풍부하게 써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원하는 곳의 수업과 꿈의 방향이 다소 변별력이 없다는 평이었다. 네가 조금밖에 드러내지 않았던 너의 장래의 꿈을 조금 더 부각하고자 그 안에 다른 방향의 글로 새겨 넣어야 할 것 같다. 나라가 제공해 주는 곳에 일주일에 한 번 교육을 받게 하려고 알아보고 해보니 만만치 않은 글감들을 풀어야 하고, 만만치 않은 지나간 사실들을 기억 안에 다시 불러와야 하고, 그리고 그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글재주도 있어야 되겠더구나.

  

  사실, 내가 알아낸 그 교육 방식을 옹호하며 지원. 그 일선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지인에게 이끌려 웩슬러 지능검사를 알게 되었고, ‘당신은 검사하는데 나는.’이라면 아이큐 검사를 하게 되었지. ‘엄마로서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 보자’ 이게 먼저였을까? 아님 ‘너도 했는데, 나는 못할쏘냐?’ 이것이었을까? 너의 성향과 모든 정황들을 면면히 살펴보면서 그래도 전자라고 끝까지 우기고 싶지만, 감정은 후자에 더 가까웠음을 살짝 고백한다. 높게 나오기는 했다. 그렇다고 뭐? 그렇다고 네가 천재가 아닌 것은 분명했는데. 과제집착력이 있어서, 집중력이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었나. 요즘 같은 세상에, 똑똑한 아이들이 널린 세상에, 그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이 넘쳐나는 세상에, 그나마 네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특성에 감사할 뿐이다.

  아직도 서류의 수정 중에 있지만,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고 나를 달래고, 어르고, 집중하며 너의 많은 일상들을 되짚어서 기억의 순회를 시작했다. 이미 초벌로 작성한 너의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네게 읽어주고, 너의 의견을 듣고, 너의 납득을 듣는 것은 참 값지다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이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있으니 말이다. 너의 성장을 다시 한번 이성적인 글로 정리를 하고 있자니 잔소리만 많던 엄마에서 조금은 너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너의 장점을 나열할 때는 한없이 손이 빨라지고 정리가 잘 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내 아이이니.

     

  엄마는 너에게만 빠져 있었던 시간에서 요즘 많이 벗어나는 생활을 가지고 있지. 이웃 친구가 책을 읽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대화를 끌어내면서 보면 그 아이를 통해 네가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차분하게 말을 뱉어내는 어투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너보다 잘 할 때는 더욱 유심히 살피게 되지.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봉사를 해주며 같은 학년 아이들이 읽는 책을 반납하고 할 때 ‘우리 아이만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약간의 자랑스러운 자만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 친구들이 도서관에 앉아 책을 바른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시 한번 고개를 올려 그 아이의 행동을 살피게 되는 것 같아.

  너도 대단한 게 많은 아이지. 한글을 뗀 시기의 일화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잘 믿지 않지만, 여행길에서 발견한 너의 관심을 엄마는 잊지 못한다. 무엇을 해도 관심이 많게 빠져드는 너를 볼 때면 유전자가 거쳐 오는 발전 단계의 힘을 믿게 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보다 탁월한 기억력과 과제집착력에 나는 가끔 너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너의 장래희망이 들어간 자기소개서와 창의성, 감수성, 문제 해결 과정, 어휘력, 관심 흥미 분야의 서류를 적어내며, 길어지는 글 밥의 서류를 껴안고 너를 다시 생각한다. ‘머리 좋은 게 다가 아니야. 똑똑한 게 필요는 하는 세상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라고 했던 아빠의 말 기억하지? 야구 놀이를 하며, 야구공이 먼저 날아가게 되었고 그 공을 피하지 못하고 불쑥 나타난 어떤 누나가 공을 맞게 되었지. 네가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그 누나도 나를 때렸고, 내가 전부 잘못한 것만은 아니다. 며 논리를 펴던 너를 기나긴 접전 끝에 결국 사과를 했던 일을 말이다. 중재하기 힘든 일을 어른들이 보고 판단했을 때, 그것을 따르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면 필요하다는 것. 네가 아프다고 바닥을 기고,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네 기에 눌릴 수 없어 끝까지 네가 꺾이기만을 기다렸다. 그 이후로 너는 친구들을 대한 모습이 사뭇 달라져 있었고, 엄마와 아빠가 하는 얘기에 될 수 있으면 길어지는 논리를 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라는 아빠의 말 우리 기억하자.

     

  서류를 들이밀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한번 시작한 것을 놓지 못하는 나의 오기도 나쁘지만은 않네. 결국 서류 넣기 전까지는 놓지는 못하겠다. 네가 지치지 않길 응원하지만, 내가 너만을 바라보며 극성이 되어가는 사악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 되기를 조절해야겠다. 앞으로도 여행으로 추억 많이 쌓고, 엄마는 이렇게 글로 답답한 마음을 즐겁게 풀어볼게.

     

  세상 별 것 없어.라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세상 더 별 것 있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이렇게 꽉 막힌 머리를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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