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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의 특징

by 미래지기

포르투갈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입니다. 인도유럽어족에는 현재 유럽에서 쓰는 거의 대부분의 언어가 포함됩니다.


포르투갈어는 2020년 현재 전 세계에서 2억 5천만 명 이상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전체적으로 2억 7천3백만 명 이상이 포르투갈어를 구사합니다. 이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모두 8개입니다.



한국어, 영어와 비교하여 포르투갈어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포르투갈어는 굴절어다


포르투갈어는 스페인어와 매우 유사합니다.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어원이 같은 낱말이 많습니다.


포르투갈어는 '굴절어'로 분류됩니다. 라틴어의 특성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굴절어란 낱말이 모양을 바꾸어 문법적인 역할을 하는 언어를 말합니다. 영어는 라틴어 계열의 언어는 아니지만 굴절어로 분류됩니다. 포르투갈어의 굴절 정도는 영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참고로, 한국어는 '교착어'로 분류됩니다.


포르투갈어의 표준 어순은 영어와 같은 SVO입니다. 즉, 주어-동사-목적어 순이지요.




2. 포르투갈어는 알파벳이 거의 발음 기호다


포르투갈어 알파벳은 영어와 같이 26개입니다. Y는 모음을 표현하는 데 쓰며, W는 모음이나 자음을 표현하는 데 씁니다. 외국어 표기나 단위 표기에 쓰던 K, Y, W는 포르투갈어 알파벳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09년부터 정식 포르투갈어 알파벳으로 인정되었습니다. H는 그 자체로는 음가가 없는 문자입니다.


모음 알파벳 : a e i o u y w
자음 알파벳 : b c d f g h j k l m n p q r s t v w x z


포르투갈어에는 여러 가지 발음구별기호(diacrítico)가 있습니다. 이런 기호 덕분에 단어를 발음하는 법과 강세를 주어야 하는 지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발음구별기호에는 acento(강세 부호)와 til(~), cedilha(쎄질랴), crase(모음 축약 기호) 등이 있습니다. 2009년부터 외국어 고유명사를 표기하는 목적이 아니면 ¨ (trema) 기호를 쓰지 않습니다.


´ acento agudo

` acento grave
ˆ acento circunflexo
~ til

¨ trema

ˏ cedilha



Ç (cê-cedilha, 쎄-쎄질랴)


Ç는 별도의 알파벳이 아닙니다. 알파벳 C에 발음구별기호가 첨가된 형식으로 /s/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발음구별기호'입니다.


원래 A, O, U 앞에 C가 오면 CA [까], CO [꼬], CU [꾸]로 발음이 됩니다. 그래서 /s/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C를 변형하여 ÇA [싸], ÇO [쏘], ÇU [쑤]로 씁니다. 알파벳 S를 쓰면 /s/음을 표현할 것 같지만, SA는 모음 사이에서 [싸]가 아니라 [자]로 발음됩니다.


asa [아자]

aca [아까]

aça [아싸]


oso [오주]

oco [오꾸]

oço [오쑤]


uso [우주]

uco [우꾸]

uço [우쑤]


그렇다면 "우리가 한국어를 영어로 표기할 때처럼 SS를 써서 SSA를 [싸]로 읽으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어는 영어가 아니며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한국어를 표현하는 한글은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소리문자 (표음문자)'입니다. 포르투갈어 알파벳도 여러 가지 발음구별기호 덕분에 소리문자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어는 단어의 알파벳만 보고 그 발음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3. 낱말의 증대형(확대사)과 축소형(지소사)이 존재한다


포르투갈어 명사는 성(gênero), 수(número)에 따라 굴절하기도 하지만, 급(grau)에 따라 굴절하여 의미가 달라지는 낱말이 많습니다.


barulho - 소음

barulhinho - 작은 소음

baraulhão - 큰 소음


porta - 문

portinha - 작은 문
portão - 큰 문, 대문


dedo - 손가락

dedinho - 작은 손가락, 새끼손가락

dedão - 큰 손가락, 엄지 손가락


muro - 담

mureta - 작은 담

muralha - 큰 담


ovo - 알, 달걀

ovinho - 작은 알, 알처럼 생긴 작은 물건

óvulo - 난자


mosca - 파리

mosquito - 모기

moscão - 큰 파리, 교활한 사람


pau - 나무

pauzinho - 젓가락

palito - 이쑤시개, 집게

palitinho - 나무처럼 생긴 것, 집게, 젓가락


palitinhos de mussarela (치즈 튀김)
palito de picolé (아이스크림 막대)
palito acrílico / palitinho acrílico (아크릴 집게)




4. 형용사의 위치에 따라 명사의 뜻이 달라진다


amigo velho - 나이 든 친구

velho amigo - 오래된 친구


oficial alto - 키가 큰 경관

alto oficial - 중요한


mulher pobre - 가난한 여자

pobre mulher - 불쌍한 여자


pessoa qualquer - 하찮은 사람

qualquer pessoa - 아무나


mulher nova - 젊은 여자

nova mulher - 새로워진 여자


homem grande - 큰 남자

grande homem - 위대한 사람




5. 포르투갈어에는 영어의 '현재 완료'와 같은 문법 범주가 없다.


포르투갈어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 문법과 비교해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려운 문법 용어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를 지렛대로 삼는 거지요. 의외로 용어 자체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영어의 '현재 완료 present perfect'와 같은 문법 범주는 포르투갈어에 없습니다. 영어와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irejiki/92




6. '미래' 시제가 형태적으로 존재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 개념은 포르투갈어나 한국어, 영어에 모두 존재합니다. 포르투갈어는 영어와는 다르게 미래 시제의 변화형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영어의 경우 단순시제에서 과거를 표현할 때는 동사가 굴절을 하지만, 미래를 표현할 때는 조동사 WILL을 덧붙여 씁니다.


영어의 단순 현재 시제 : He cleans

영어의 단순 과거 시제 : He cleaned

영어의 단순 미래 시제 : He will clean

포르투갈어 현재 시제 : Ele limpa

포르투갈어 과거 시제 : Ele limpou

포르투갈어 미래 시제 : Ele limpará


한국어 현재 시제 : 그 사람은 청소한다

한국어 과거 시제 : 그 사람은 청소했다

한국어 미래 시제 : 그 사람은 청소하겠다 / 그 사람은 청소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미래를 표현할 때 영어처럼 <IR 동사 + 동사 원형> 형태로 씁니다.
즉, "Ele limpará" 라고 하지 않고 "Ele vai limpar"라고 말을 합니다.


문어체 : Ele limpará

구어체 : Ele vai limpar




7. 동사가 활용될 때 주어의 정보를 갖고 있다


포르투갈어를 공부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동사변화, 즉 동사의 활용이 복잡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낱말이 시제, 법, 태, 인칭, 수 등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변하기 때문에 외워야 하는 내용이 매우 많습니다. 라틴어의 유산이지요.


동사의 활용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irejiki/59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동사의 모양이 달라지는 복잡함은 나름의 장점도 있습니다. 문장에서 동사가 활용된 최종 형태 속에 주어의 정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u vou. - 내가 간다.

Ele vai. - 그 사람이 갈 것이다.

Eles foram. - 그 사람들은 갔다.


이처럼 인칭과 수에 따라서 동사의 굴절 형태가 서로 구분되기 때문에 주어를 생략해도 문장의 뜻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Eu vou" 대신 그냥 "Vou"라고 해도 주어가 '나(Eu)'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는 문장에서 주어를 절대로 생략할 수 없는 언어입니다.


주어가 자주 생략된다는 점은 한국어를 닮았습니다. 한국어는 문맥 또는 맥락으로 파악해야 하는 언어입니다. 포르투갈어에서는 맥락 정보가 동사의 복잡한 굴절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 이 글의 내용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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