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음운이 만날 때 한 개로 줄어 소리 나는 현상이 축약입니다. 한국어에서 축약은 ‘음운 축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얘기’라고 하고, ‘아이’를 ‘애’라고 말합니다. 또, ‘누이다’를 ‘뉘다’라고 합니다. 이것은 다 모음 축약입니다. 모음 축약은 표기로 그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축약된 낱말이 형태적으로도 짧기 때문입니다.
ㅣㅑ기 (3글자) → ㅒ기 (2글자)
표기의 차이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자음 축약도 있습니다. ‘국화’의 발음은 [국화]가 아니라 ㄱ과 ㅎ이 ㅋ 하나로 축약된 [구콰]입니다. ‘맞히다’, ‘맏형’, ‘밟히다’ 같은 낱말의 음운도 각각 [마치다], [마텽], [발피다] 등으로 자음 축약이 일어납니다.
음운 축약 현상은 발음을 더 쉽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축약 : contração
포르투갈어에서도 축약 현상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de água'를 줄여서 d'água로 쓰는 것이나, 'de o'를 do로 줄여서 읽고 쓰는 것입니다.
포르투갈어에서 축약 현상은 음운 축약이자 동시에 품사 축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운은 물론, 서로 다른 품사의 낱말이 축약되어 표기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보통 ’전치사와 관사‘ 사이에서 또는 ’전치사와 대명사‘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가령 전치사 de와 관사 a가 만나면 da, das 등으로 축약되고, 전치사 em과 대명사 esse가 만나면 nesse, nesses 등으로 축약되어 형태(표기)와 발음이 바뀝니다.
전치사 a와 관사 또는 대명사 a의 축약 현상은 좀 독특합니다. a 와 a가 à로 바뀌는 것인데, 이것을 crase라고 합니다.
crase : 모음 축약
전치사 a와 남성 관사 o가 만나면 ao가 됩니다. 그러나 전치사 a와 또 하나의 a는 à로 축약됩니다. 이때 두 번째 a는 여성관사 아니면 대명사(지시대명사나 관계대명사)입니다.
Maria vai à praia.
마리아는 해변에 간다. (Maria vai a a praia.)
ir a : ~에 간다
Dedicamo-nos às tarefas.
우리는 업무에 전념한다, (Dedicamo-nos a as tarefas.)
dedicar-se a : ~에 전념한다
숙어라고 알려져 있는 여러 가지 구에서도 crase(모음 축약)를 찾을 수 있습니다.
à noite 밤에 (a a noite)
à roda de ~의 주위에 (a a roda de)
à beira de ~의 끝에
à medida que ~함에 따라
à proporção que ~에 비례하여
언어활동에서 축약은 본능에 가깝습니다. 길게 말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까요?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축약은 물론이고 탈락까지 거리낌 없이 구사하고 있습니다.
조아 (좋아)
추카추카 (축하)
ㅇㅇ (응, 알았어)
ㄱㅅ (감사) ㅋㅋㅋ (크크크)
ㅎㅎ (흐흐, 하하, 호호)
ㅃ2 (안녕히 계세요, bye, 빠이빠이)
ㅇㅋ (오케이)
q (que)
pq (porque)
qdo (quando)
at+ (até mais)
d+ (demais)
dp (depois)
ft (foto)
rsrsrs (risos)
kkk (gargalhada)
obg (obrigado)
kero, qro (quero)
kbça (cabeça)
띵언 (명언)
띵작 (명작)
댕댕이 (멍멍이)
멜 (이메일)
겜 (게임)
드뎌 (드디어)
토욜 (토요일)
개톡 (카카오톡 개인 토크, 개인 채팅방)
혼밥러 (혼자 밥 먹는 사람)
극혐 (극도로 혐호함)
닥본사 (닥치고 본방 사수)
n, naum (não)
kd (cadê)
blz (beleza)
gnt (gente)
c/ (com)
s/ (sem)
fcd (fica com Deus)
net (internet)
tbm (também)
vc, cê (você)
bj (beijo)
hj (hoje)
nd (nada)
v6 (vocês)
vg (vírgula)
’인터넷 신조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축약이라는 언어 현상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기존 문법을 벗어난 이 같은 현상을 관리할 수 없다는 어려움 때문일까요? 틀을 벗어났을 때 느끼게 되는 불안감. 그러나, 과거 텔레그램 telegram이 오로지 ’전보‘라는 용어로 쓰였을 무렵 이 시스템의 기본이 바로 '축약'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축약 현상이 발생합니다.
축승진 (승진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기쾌유 (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모친상경 (너희 집에 가려고 지금 서울로 올라간다.)
사전대금천원송금요망 (용돈이 다 떨어졌어요. 천 원만 보내 주세요.)
점득보호중창경원파출소로급래 (점득 군을 보호하고 있으니 창경원 파출소로 시급히 오시기 바랍니다.)
'대박, 잼, 알바, 빡세다, 넘, 당근, 남친, 여친, 컴, 강퇴, 쏘다’ 같은 말은 50대 연령층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뿌리 뽑지 못한 일본어를 몰아내자며 아무리 순화어를 만들어 보급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은 습관입니다. 더 나아가 일종의 경제 활동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 활동을 계속하는 한, 언어의 축약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