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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식상한 취미

같은 것이 되풀이되어 싫증나다

by 미레티아

식상하다 | 동사

(1)【…에/에게】 같은 음식이나 사물이 되풀이되어 물리거나 질리다.

우리는 매일 나오는 연예인들에게 식상해 있다.

주책없이 풍성하고 기름진 우리 집 식탁에 서재호도 이젠 식상했는지 피곤한 얼굴을 했다. ]

(출처: 우리말샘)


요즘 좀 심심한 시기가 왔다. 많은 업무가 몰아치던 기간이 끝나고, 연구들이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거나 중간 점검 단계에 왔기 때문이다. 심심해지면 내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나의 여러 취미들을 하나씩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책이나 웹툰 등을 읽는다. 책 읽는 취미는 어릴 때부터 있었다. 그 때는 세상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아 무슨 책을 읽든 재미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고, 간혹 교보문고에서 무슨 내용인지 잠깐 보려던 것을 끝까지 보고 나온 적도 있었다. 요즘은 예전만큼 많이 보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에 비해 몇 배 더 읽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책이 재미없다. 소설책은 굉장히 뻔한 주제에 예상이 가는 대사들, 과학책은 안타깝게도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고, 사회과학책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바람에 고작 몇 년, 몇 달 지났다고 뒤처진 주제들의 글이 대부분이다. 책 말고 웹툰이나 웹소설은 어떨까, 휴대폰으로 몇 개 보았는데 몇 개 보니까 흐름이 다 유사하여 1~2화만 봐도 대충 모든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참 세상에 컨텐츠가 이렇게 넘쳐나는데, 창의적이고 참신하고 눈길을 확 끄는 내용이 없다니, 슬플 따름이다.


두 번째로 뜨개질을 한다. 과거 과한 욕심으로 실을 잔뜩 쌓아둔 상태이므로 소진하기 위해 이것저것 떠 본다. 인형도 뜨고, 텀블러 가방도 뜨고, 모자도 뜨고, 가방도 뜨고, 모자도 뜨고.... 하도 뜨다 보니까 이제는 뜨개 도안이 아닌, 완성된 뜨개작품 모양만 대충 봐도 비슷하게 뜰 수 있다. (일명 째려뜨기...) 뜨개질을 처음 할 때는 완성작이 기대되기도 하면서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동일한 작업의 무한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없다.


세 번째로 글을 쓴다. 브런치,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고, 차마 올릴 수 없는 글은 손으로 쓰거나 파일로 쓴다. 그런데 이건 주기적으로 권태기가 온다. 글감이 떨어지거나, 글감은 좋은데 글이 안 써지거나. 사람이 일주일에 쓸 수 있는 글자 수 제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논문을 쓴 주에는 다른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다. 매번 똑같은 단어로 비슷하게 글을 돌려막기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등산을 하는 취미가 있지만 겨울이라서 패스.


식상하다, 같은 것이 되풀이되어 싫증나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요새 내 모든 취미가 식상하다. 한 가지 취미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이제 뭐 하지? 난 심심할 때 이제 뭘 해야할까? 식상한 시간에서 재미를 찾아본다.


p.s. 겨울철 취미로 연 날리기가 있기는 한데 아무도 같이 안 가준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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