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몹시 좋고 흥이 나는
신나다 | 동사
(1)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기분이 매우 좋아지다.
나는 어릴 때 말 탄 순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높은 말 등에서 긴 칼을 차고 있는 모양이 몹시 신나 보였거든요. [이문열, 영웅시대]
“어제처럼 개펄로 신나게 달려 볼까?” 머리맡의 안경을 찾아 끼며 내가 말했다.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출처: 우리말샘)
아래 이야기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요즘 있었던 일들을 혼합하였습니다.
"OO아 아침 먹자~" 요즘 이 소리가 너무 좋다. 기숙사에 살 때만 해도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냉동밥 냉동부리또 냉동빵 등등만 돌려먹었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기상하고 맛있는 밥이 차려져 있는 아침이라니! 밥을 다 먹고 주섬주섬 출근준비를 한다. 복장규정이 없는 곳이라 계절감 맞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춘식이 인형이 달린 파란 배낭에 노트북, 연구노트 등을 집어넣고 출발한다.
길을 걷는데 공기가 상쾌하다. 매주 마주치는 담배를 피며 지하철역으로 가는 아저씨가 안 보인다. 아싸. 플랫폼에 내려가 잠깐 기다리다보니 지하철이 들어온다. 오, 다행히 선반이 있는 지하철이다. 가방을 올려놓고 왠지 곧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서 휴대폰을 한다. 두 정거장 쯤 지났을까, 앞의 사람이 내렸다. 이제 자리에 앉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옆구리가 시릴 때쯤 눈을 뜬다. 마침 도착해야 하는 역의 전전역이었다. 안경을 닦고 선반에 둔 가방을 꺼내어 내린다. 버스 정류장에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빠른 환승에 감사하며 9시 반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다.
30분동안 코딩을 수정하고 반복문으로 수많은 자료 통계가 알아서 빙글빙글 돌아가게 한 뒤 회의를 한다. 좋은 소식 1, 내가 주저자로 나온 논문이 모 뉴스에서 기사화를 시킬 것이다. (대체 왜? IF가 3점대였는데?) 좋은 소식 2, 내가 공저자로 나온 논문이 모 저널에서 기사화를 시킬 것이다. (뭐야 외신이야?) 사실 뉴스를 타서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좋아할 것 같으니 가족톡에 보낸다. 점심은 교수님께 얻어먹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오전에 돌려놓은 자료를 살펴본다. 결과가... 유의한게... 있다. 이 기쁜 소식을 교수님께 전하고 다시 열심히 뭔가를 돌린다. 데스크탑으로는 또 오래 걸리는 거 돌려놓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쓰윽 시간을 보니 다수의 퇴근시간 전이다. 좀만 늦으면 지옥철이다, 퇴근 전 밤새도록 돌아갈 코딩을 돌려놓고 가방을 싸고 남들보다 일찍 쫑쫑쫑 집으로 간다.
편안하게 앉아서 집으로 오면 엄마가 저녁밥을 차려두었다. 밥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가의 용어로 말을 하면 어려우니 최대한 쉽게 이야기를 한다. 별 거 아닌 연구들이라 생각하는데 대단하다고 반응해주는 엄마를 보면 뿌듯하다. 이후 뜨개질 및 독서 및 글쓰기 등의 취미생활을 잠깐 하다 보면 아빠가 온다.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는다. TV를 틀어놓고 수다를 떤다. 계속 이야기하다보면 씻고 잘 시간이다.
밤 11시, 모두가 자러 들어간다. 나도 자러 들어가지만 30분간 웹툰을 본다. 충전기에 휴대폰을 꽂고 가로등 때문에 어스름이 빛나는 창문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 참 신나는 하루였어!!"
요 몇 주 현생이 좀 신났었다. 브런치는 뒷전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연구 결과가 잘 나와서 마음에 든다. 이번주도 왠지 신날 것 같다. ㅎㅎ
p.s. 햇빛이 나는 계절이 되어서 계절성 우울감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의견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