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롭게 굴어 귀찮다
성가시다 | 형용사
【…이】【-기가】 자꾸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
몸이 아프니까 만사가 귀찮고 성가시다.
무슨 일인데 사람을 자꾸 오라 가라 성가시게 구는 거야?
(출처: 우리말샘)
나는 재택대면혼합근무를 하고 있다. 대면 하루, 나머지 다 재택이라서 방구석에서 잠옷 입고 컴퓨터를 타닥타닥거리는, 심지어 반드시 언제부터 언제까지 앉아있어야 한다기보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진행되는 일이라 햇빛 좋을 때 산책하고, 도서관도 간다. 가끔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 코딩이 한참 돌아갈 때에는 뜨개질을 하며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집에 앉아있으면 참 여러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학기가 시작하여 학생들의 일과소리가 규치적으로 들린다. 누가 밖에서 소개팅남이랑 시끄럽게 통화하는 소리도 들리고, 인테리어를 하는 몇 호 집의 공사소리도 들린다. 소음이 지속되어 업무에 집중이 힘들 때에는 귀마개와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정말 거슬리는 소리가 있다. 바로 '아파트 안내방송'이다. 겨울에도 안내방송을 했었다. "외부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감에 따라 동파 방지를 위하여 수도꼭지를 조금씩 주르륵 주르륵 틀어놓아 ... " 이 방송은 주로 저녁에 한 번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어림잡아 하루에 5번 이상 나오는 방송이 있다. 오전에, 낮에, 오후에는 두 번, 저녁에 나오는데 바로 재개발 관련된 내용이다. 온라인 투표를 해주세요~로 떠들더니 이번에는 충분한 인원수가 온라인 투표를 하지 않아 종이로 내달라, 종이 잃어버렸으면 관리사무소에 가면 받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이다. 설마 인원수가 찰 때까지 저렇게 하루종일 떠들어댈 생각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며칠을 고생했다.
혹시 안내방송 선을 끊어버릴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해당 선이 경비실 인터폰과 이어져있어서 그걸 끊으면 경비실 연락을 못 받는다. (물론 인터폰을 안 받으면 올라오시기는 하는데...) 스피커 앞부분을 열고 수건으로 좀 막아두면 작게 들리긴 하겠는데, 굳이...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영유아가 있거나 야간근무를 해서 낮에 자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는데 그냥 좀 귀찮고 짜증나는 정도이니 내가 귀를 막는 걸 택했다.
성가시다, "자꾸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라는 뜻이다. 나는 투표권도 없는데 (가구 당 1투표이고, 세대주가 하게 되어있다) 그냥 확 대면출근할까, 생각이 들면서도 근무지와의 거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오늘도 재택을 택한다.
p.s. 다행히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오늘은 방송이 1번 나왔다!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