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소송」
K가 물었다. "체포된 거 아니었소?" K는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중략)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체포된 사람이 어떻게 은행에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아, 알겠습니다." 어느새 문 앞에 이른 감독관이 말했다. "내 말을 오해했군요. 당신이 체포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일상생활도 방해받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체포되는 것도 그다지 나쁠 건 없군요." K는 이렇게 말하면서 감독관에게 다가갔다. "난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감독관이 대답했다. "체포 사실을 알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 같지는 않은데요." K가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모두가 문 앞의 좁은 공간에 모여 있었다. "그건 내 의무였습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참 한심한 의무군요" K가 집요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