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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Jul 20. 2024

열두 번째 편지. 순간을 믿어요

사진출처: unsplash.com

요즘 문득 내 나이를 헤아리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사실 언젠가부터

나이는 헤아리지 않으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마음은 여전한데

거울 속 나는 늙어있고

자꾸 여기저기가 아프다.


동생도 허리가 아프다고,

오빠만 알고 있으라는데

내가 아프다 절뚝거리면 부모님이

이런 기분이실까 싶어졌더랬다.


이럴 때면 살아온 날을

시간으로

분으로

초로

바꾸어 헤아려보곤 한다.


참 많은 순간을 지나왔지만

단 한 번도 순간이 아닌

넓적한 도삭면처럼

그 속에 무언가를 감싸고

넉넉히 적어내려도 괜찮을 시간을

살아오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살아온 날들을

헤아리며 생각해보니

그래, 그렇게 순간순간 겨우겨우

점 찍 듯 때워가며 살아왔어도

그래도 내 마음에

그리워 할 풍경 몇 개 남아있지 않은가.


또 억지로 순간 순간

점묘화 찍듯 공간을 메워가며 살겠지만

언젠가 멀리서 보면 이것도 희극이 되고

웃을만한 그림이 되어 남아있겠지.


뭐 그저 만만하고

괜찮을 리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괜찮아.


그래, 나는 여기서 그대는 거기서

잠시 커피나 한 잔 하게.


2024.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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