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편지. 괜찮기도 하고 괜찮지 않기도 한 그 사이에서
옥수수를 먹다가
입술 안쪽을 씹었다.
내 이빨은
주인의 성질머리처럼 날카로워
내 살 남의 살 가리지 않고
잘도 씹어댄다.
이 정도는 암시랑도 않다는 듯
다음 옥수수 알갱이를
이로 톡톡 뽑아대는데
옥수수 알갱이 위로
피가 묻어난다.
피는 내 안을 흐를 때보다
저 옥수수 알갱이 위에서
더 빛나는 것 같이도 보인다.
옥수수처럼
알알이 영글기는 커녕
혓바늘처럼
걸리적 거리는 시간을
구내염처럼 쓰린 마음으로
지나가는 중이다.
오늘의 나 딴에는
애써 쓸어담은 언어들인데
정작 내일의 나 조차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애써 닦아도 닦이지 않을
낡은 안경의 실금들처럼
마음엔 걱정이 이미 새겨져 있다.
바라는 일은
이 걱정이 켜켜이 쌓여
옥수수 알알처럼 겹치고 겹쳐
누군가를 배부르게는 못할지라도
밥 먹고 남은 한 줌의 헛헛함 정도만
달래주는 것.
무언가를 쓴다는 건
기다려도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는 일.
상처에서 피 맛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24. 0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