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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Jul 27. 2024

옥수수를 먹다가

열세 번째 편지. 괜찮기도 하고 괜찮지 않기도 한 그 사이에서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옥수수를 먹다가

입술 안쪽을 씹었다.


내 이빨은

주인의 성질머리처럼 날카로워

내 살 남의 살 가리지 않고

잘도 씹어댄다.


이 정도는 암시랑도 않다는 듯

다음 옥수수 알갱이를

이로 톡톡 뽑아대는데

옥수수 알갱이 위로

피가 묻어난다.


피는 내 안을 흐를 때보다

저 옥수수 알갱이 위에서

더 빛나는 것 같이도 보인다.


옥수수처럼

알알이 영글기는 커녕

혓바늘처럼

걸리적 거리는 시간을

구내염처럼 쓰린 마음으로

지나가는 중이다.


오늘의 나 딴에는

애써 쓸어담은 언어들인데

정작 내일의 나 조차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애써 닦아도 닦이지 않을

낡은 안경의 실금들처럼

마음엔 걱정이 이미 새겨져 있다.


바라는 일은

이 걱정이 켜켜이 쌓여

옥수수 알알처럼 겹치고 겹쳐

누군가를 배부르게는 못할지라도

밥 먹고 남은 한 줌의 헛헛함 정도만

달래주는 것.


무언가를 쓴다는 건

기다려도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는 일.


상처에서 맛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24.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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