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2
“미리암님..
지금은 인간으로 살지 않잖아요? 신을 보셨나요?”
“나는 인간으로 살 때도 신을 보았다. 그리고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자였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인간은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면서?
인간은 신을 보지 못한다면서?
미리암은, 그 어디에도 없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내 아버지는 바알신을 섬기는 제사장이었다.”
“네에??? 악마 숭배자였어요??”
첫 마디에 내가 너무 놀란 나머지 이야기가 뚝 끊어져 버렸다.
미리암은 반가사유상 자세를 풀더니 양손을 턱에 대고 빙긋이 웃었다.
“아.. 죄송해요. 너무 놀라가지고..”
“아니다.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긴.. 바알은 고대 근동 지역의 폭풍의 신이고 비의 신이고 다산의 신이긴 했죠.
근데 언제부터 바알이 악마로 바뀌었나요?”
“바알이 악마로 바뀐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는 손이 바뀐 거지.”
“아.....”
미리암에게는 모든 신이 그저 “신”이니 그게 바알이건 야훼건 엘이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받지 않았던 나로서는 영 헷갈렸다. 하지만 셈족 계열의 힉소스 왕조가 원래 바알신을 섬겼고 바알을 이집트 만신전에 적용하면서 세트와 동일시 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같은 셈족 계열의 히브리 민족이 당시에 바알을 숭배했다는 말은 있을 법한 얘기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그 얘기를 미리암이 직접 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레위 지파의 제사장이자 미리암과 아론의 아버지 아므람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긴 것이 아니라 바알을 섬겼다고 말이다.
“내가 태어날 때 나의 어머니는 꿈을 꾸셨다.
물을 긷던 어머니 앞에 샘에서 푸른 뱀이 기어나오더니
자신을 데리고 나일강과 바다와 하늘로 데리고 다니며 구경을 시켜주었다 했다.
그러더니 내 어머니의 침대로 데려다주고는 돌아가지 않고
어머니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상서로운 태몽이었지.”
“우와~ 푸른 뱀요? 내 태몽도 뱀꿈이라던데!”
“너와 나는 공통점이 꽤 많구나!”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태몽이나 꿈 얘기를 하는 것은 금기인 줄 알았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꿈을 믿는 것은 미신 숭배를 하는 것으로 여기니까 말이다. 대여섯 살 때부터 교회에 가라고 권한 것은 부모였지만 내 부모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나는 다른 교회 친구들에 비해 소위 “미신”에서 자유로웠다.
그러함에도 교회에서 받은 교육의 여파로 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성서에도 꿈을 꾸고 꿈을 해석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서 무신론자가 아닌 다음에야 꿈을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영성 자체를 무시라는 것이라 여겨졌다.
지금 내가 미리암을 만나고 있는 이곳- 나의 꿈. 이 곳은 내 무의식의 세계다. 꿈은 내 무의식을 비주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내가 꾼 꿈의 등장인물은 다른 사람으로 나와도 모두 나다. 그것이 연예인이던, 정치인이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던, 남자건 여자건 간에 말이다. 물론 그 어떤 동물도 곤충도 모두 나다. 나의 어떤 면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은,
죽으려 강에 뛰어든 후에 꾸고 있는 이 꿈은... 잘 모르겠다.
꿈인지 환상인지, 눈앞에 있는 이들이 진짜인지, 나의 또 다른 면인지.
모세를 만났을 때는 진짜 모세의 영혼이라고도 느꼈는데 지금 미리암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왠지 모르게 나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나’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더 하다 보면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될까?
“미리암님의 태몽이 삶의 영향을 끼쳤나요? 전 그런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글쎄....? 정말 하나도 없었을까?”
“꿈 내용을 사실 잘 몰라요. 미리암님 얘길 들어보면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요?”
“진동을 느껴보겠다는 말이지? 그러려무나.”
미리암은 왠지 신이 난 것 같았다. 간만에 물 만난 물고기 같달까?
“신이 내게 벌을 내리지 않았냐 묻지 않았더냐? 네가 알고 있는 벌이 피부병이냐?”
“네, 맞습니다. 성서에는 피부병이라고 써있는데 아마 한센병일 것이라고 해요.”
“음... 내 태몽이 푸른 뱀 꿈이라고 했지 않았냐?
내가 태어났을 때 내 몸에 뱀 비늘 무늬가 있었다.
자라면서 조금씩 사라지긴 했지만 어깨와 엉덩이에 있는 무늬는 없어지지 않았지.
하지만 네가 알고 있는 그 피부병을 앓고 난 후에 비늘 무늬가 사라졌다.”
“네에? 뱀인간이었어요???? 신이 인간으로 바꿔준거예요???”
미리암은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설마 내가 인간이 아니었겠냐?
다른 이들보다 조금 특별하게 태어나서 특별한 일을 해야만 했던 사람,
그리고 그것을 위해 훈련하고 의례를 거쳐야 했던 사람.”
“네. 근데 그거랑 벌받은거랑 무슨 상관이예요? 그리고 그건 벌이 아니었다면서요?”
“그래, 벌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성서에 미리암이 벌을 받았다고 써있는 그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우리 무리에서 아픈 자들을 치료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일을 주로 담당했고 아론은 무리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탈없이 갈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명문화했지. 그러면 모세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직접 선포하고 설득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백여 명이 되는 사람들이 함께 먹고 마시며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거든.
나와 아론이 그 혼인에 대해 반대할 수 밖에 없었던 명백한 이유였지. 십보라와 모세가 결혼한 덕에 야훼를 받아 들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믿는 신을 우리가 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너무 버거웠다.
원래 우리 무리에 아톤을 섬기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아톤을 섬기던 사람들은 아톤 외에 다른 신은 없었다. 그들에게 다른 신은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그러나 그것을 나와 아론이 설득하여 아톤을 야훼로 겨우 바꿔 놓았지. 우리 마을에서는 황소상을 만들어 바알이라 여기며 그 형상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지만 미디안의 제사장 이드로가 말하길, “어떤 형상을 만드는 것은 신께 불경하다”고 했는데 그것이 아톤 숭배자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면 인간이 만든 형상 역시 배척하는 게 옳다는 논리였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비를 내리고 풍요를 내리는 신이건, 곡식을 익게 하는 빛을 주는 신이건, 사막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신이건 모두 좋은 신이라 생각했기에 딱히 반발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는 그 어떤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이고 싶은 때였어. 쫓기고 있었고, 살아왔던 모든 환경이 처음부터 송두리째 뒤집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또 하나의 신을,
예상에도 없던 신을,
그것도 여신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당시 구스에서는 이집트 신을 믿었는데 보통 아문이나 라, 세트를 믿었어. 그런데 그녀는 이시스 여신의 사제였던 것이다. 이시스는 죽음과 부활의 여신이자 신들의 어머니지만 그 즈음에는 이집트에서도 세력이 약화된 신이었어.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를 믿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지. 이시스 여신의 사제는 보통 병든 자들을 고치고 산파 역할을 했지만 말하자면 비주류였다. 그러나 무리에서 하는 나의 역할과 비슷했고 나의 직감으로는 그녀가 보통 사제는 아닌 느낌이었어.
나는 모세에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어. 지금은 이시스 여신을 우리 무리에 녹일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고 했지. 하지만 모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모세 입장에서는 한 여인과 이미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깰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 사정을 모르지는 않으나 너무 화가 났다.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은 모세인데 수습은 나와 아론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그길로 나는 아론을 데리고 구스 여인에게 갔지. 알아서 떠나라고 할 참이었다. 사실 그녀는 굳이 우리의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 우리의 길은 언제 끝날 지도 모르고 험난한데 말이다. 그녀가 있는 천막의 막을 걷어내자마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곳에 검은 피부를 한, 나와 같은 여인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놀란 나를 보고 그녀가 말했다.
“구스 여인이 미리암님과 똑같이 생겼어요?
그녀가 미리암님을 어떻게 알았답니까?”
참다못해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하나씩 하자, 21세기 미리암-”
우왕! 나한테 21세기 미리암이라고 했어! 대애박!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다기 보다 느낌이 비슷했어, 그녀와 나는..
사실 그때까지 모세는 너희가 아는 것과 다르게 신을 만난 적이 없다.
신을 대면한 것은 나였다.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었는데 그 구스 여인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네에??? 그럼 구스 여인은 이시스 여신과 만나는 거였어요??”
“이시스라 불리는 신의 여성성과 만나기도 했고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창조주와 만나기도 했지.”
나는 뭐가 뭔지 또 헷갈리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위로 올리고 머릿속에 신들의 계보를 그려보았다. 그러나 신화와 성서와 전설이 모두 따로따로라, 세계관이 각각 인지라 도대체가 연결이 안되는 것이었다. 이집트 신화의 신들은 그들의 세계관이 있고 성서 안에 등장하는 가나안 신도 그 세계관이 있지만 이들은 연결이 되기도 한다. 성서에 등장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세계관이라면 루시퍼든 메타트론이든 다른 차원의 존재라도 이해가 되지만, 다만 “이시스”와 “미리암”을 연결하기가 참 어려웠다.
“지금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언젠가는 몸으로, 마음으로, 영혼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저 말.. 귀신이다!
귀신이다? 귀신일수도 있지.. 귀신인가?
또 질문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려고 했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미리암님은 바알신과도 만나고 창조주와도 만나신건가요?”
“흐음... 난 소통하는 신들이 좀 많았다. 그중에 가장 많이 만나는 신은 물의 신 [얌]이었다.”
“폭풍, 비의 신 바알이 아니고요?”
“응, 내 이름도 ‘물’이지 않느냐? <고통의 물>!”
모세와 혼인한 그녀가 그걸 알아보더구나. 바알을 모시는 제사장이 물의 신을 만난다고.
난 놀랐지. 그걸 아는 이는 우리 무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 알아서도 안됐고.
옆에 서있던 아론은 너무 놀란 나머지 천막을 뛰쳐나갔어.
우리 마을에서 믿던 바알신의 적이 얌이었거든.
얌은 물과 바다의 신이자, 혼돈의 신이지.
그녀가 그러더군. 자신도 자기 마을에서 그랬다고.
마을 사람들은 세트를 믿었고 자신의 스승 또한 세트의 사제였지만 그녀는 같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소통한 신은 이시스였다는 것이지. 세트와 이시스가 서로 적이라는 것은 너도 알지? 그녀는 사제로서 쫓겨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기도를 하다가 들키게 되었다더군. 그래서 마을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다가 우리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어.
그녀가 말하길, 우리 무리에 자신과 비슷한 여인이 있을 것이라고 신이 말해줬대. 그리고 이 무리가 목적지로 갈 때까지 신이 함께 할 것이며 그녀도 무리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는 거야.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신이 천막 안에 함께 계신다는 것을 느꼈어.
그때 아론이 모세를 데리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나의 비밀을 말한 그녀에게 내가 해코지라도 할까 두려웠던 모양이야.
그런데 우린 마치 영혼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어. 되려 모세와 아론이 당황했어.
그녀가 모세에게 물었어.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타고 바다를 건넜냐고.
모세는 신이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 주셨다고 했지.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모세에게 말했지.
“신께 바다를 갈라달라 청한 이가 이 분이십니까?”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거야.
내가 물의 신 얌의 능력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놀라는 것도 지친다. 홍해를 가른 이가 모세가 아니라 미리암이었다고?
“미리암님! 근데 왜 성서에는 모세가 홍해를 갈랐다고 돼 있는 겁니까?”
“그래야만 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요? 미리암님이 여자여서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그 안에 신의 뜻이 있었다.”
“하아... 그 신의 뜻이 뭡니까?
저는 아직도 그 큰일을 미리암님이 다 하셨는데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물론, 후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못마땅합니다.
신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신은 온전하다면서요? 왜 신은 당신이 인정은커녕 비난을 받게 그냥 내버려 두신 겁니까?”
나는 뭔가 억울했다.
이것은 내 버릇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가 쉽게 상대의 입장에서 감정을 폭발기키곤 했다. 나는 미리암 대신 억울함을 토로한다고 생각했다.
“너는 지금, 너의 억울함을 나를 가지고 가서 폭발시키고 있구나.
네가 열심히 한 일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남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았구나.
너는 그것이 억울하구나.”
앞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어쩌면 미리암의 말이 다 맞았다. 미리암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고, 어차피 신이 알고 모세도 아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미리암이 인정받지 못하는 게 끊임없이 싫었다.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너는 성서에 써있는 대로 모세가 지팡이를 바다 위로 들어서 홍해가 갈라졌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지팡이는 나중에 모세가 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된 후에 신께 받은 상징이기는 하나 그땐 모세에게 그런 능력이 없었다. 또... 조금만 생각해보자면 지팡이는 불의 상징이다.
나는 제사장의 딸이었기 때문에 제의를 준비하고 제의를 보면서 자랐다. 집에서는 어머니와 무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춤도 췄었지. 나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악기를 잡았고 춤을 추었다. 내게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북을 울리면 물이 모이거나 흩어졌어.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건 아주 어릴 때 부터였지. 내 어머니는 내가 바알신과 교감하여 비와 물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그게 바알신이 아니란 것을.
열두 살 때부터는 악기의 진동으로 물을 모으고 흩어지는 능력을 제법 잘 사용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샘을 찾는다거나 물길을 발견해야 할때도 나의 능력을 잘 사용했어.
홍해를 건너야 하는 그때, 우리는 이집트 군대를 따돌려야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고 아이들도 많았어. 방법은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그 큰물을 흩어지게 하는 것 뿐이었다. 난 그때 얌신에게 물을 갈라줄 것을 요청했고 달신에게는 그 물을 끌어당겨 유지시켜달라 청했어. 창조주께는 우리를 굽어살펴달라, 우리가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면 제발 살려달라 기도했다. 내가 청할 수 있는 모든 신께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연주를 했고 노래를 했다.
다행히 신들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지.
성서에 써있는 내용은 조금 다를 뿐 그 사건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누가 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것은 모세가 한것도 아니고 내가 한것도 아니다. 신께서 하신 일이다. 그러니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서에 나와있는 그 노래, 내가 불렀다는 그 노래는 약간 다르기는 하나 진정 내가 신께 감사하며 불렀던 노래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니 그 일을 해주신 신께 감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구스 여인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모세는 그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을 모르지 않았어. 그리고 나와 그녀의 능력이 비슷하다는 것도, 그녀가 무리에 들어오면 역할이 비슷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 그런데 왜 데리고 왔을까? 나는 순간적으로 모세가 나를 견제하기 위해 구스 여인을 데리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
모세는 대외적으로 무리의 리더. 그리고 이집트 왕가의 핏줄이지. 그리고 우리 무리는 탈출을 위해 아크나톤의 종교개혁 만큼이나, 아니 훨씬 더 대담한 개혁을 하고 있지 않았더냐? 모세는 무리에서 신격화되고 있었다. 십보라는 야훼신을 데려온 제사장의 딸이었지만 신의 능력이 없었고 나는 신과 너무 가까이 있었다. 모세에게는, 말하자면 [아세라]가 필요했던거야. 때마침 그 여인이 나타난 것이고.
이시스 여신은 남편을 위해 생과 사를 교차하며 끊임없이 남편을 부활시킨 존재다. 그리고 호루스를 낳았지. 모세는 우리 무리에게 이시스의 모성과 여성성의 신이 필요하다고 느낀거야. 절대적 헌신의 여성성, 모성 말이다.
사실 그때까지 우리 무리의 신에게 여성적인 면은 거의 없었어. 어쩌면 그것을 내가 실제로 대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런 신을 모시는 여사제를 아내로 맞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천막 안에서 우린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어. 아론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했고 모세는 설득할 방법이 필요했지. 하지만 그녀와 나는 달랐어. 우린 우리의 영역을 만들어야 했다.
그녀와 나는 무리에서 벗어나 사막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레 동안 신과 소통하며 기도했다.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 몸에 있던 뱀 무늬가 벗겨졌다.
창조주께서 말씀하시길, 이제야 완전히 왕관을 쓰게 되었다 하셨다.
나는 얌의 영역에서 얌을 부리던 푸른 뱀이었다가 인간으로 태어난 자였다. 창조주께서 뜻한바 있어 인간으로 살게 하셨다. 나의 살갗이 벗겨지고 고름이 터져 몸이 썩어가는 것을 보면서 겨우 알게 되었었다. 나는 이 무리를 약속의 땅 앞에만 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다음 내 역할은 구스에서 온 여인이 하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한센병이라고들 얘기했던 것이구나.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한 얘기가.. 아, 이 얘기구나!
“엇! 근데 미리암님, 구스 여인은 어떻게 하고 있었어요?”
“그녀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드러난 모양이 좀 달랐지.
그녀는 내가 죽기 전까지 목소리를 잃었다.
아마도 신께서 그녀에게 그전까지는 나와 같은 목소리던 다른 목소리던, 내지 말라는 뜻이었을게다.”
어렵다, 참으로.
신의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본인이 한다고 손을 든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왜 세상에 나게 해서 살게 하고, 이 험한 일들을 겪게 하는 것일까? 대체 신은 왜 그러는 것일까?
“미리암님, 저를 처음 만나셨을 때,
누구도 내게 태어나라 명한 적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저는 왜 태어났나요?”
“네가 이 세상에 나온 것 말이냐?
그건 네가 한없이 원해서 태어난 것이다.”
“그럴 리가요? 저는 원한 적이 없는걸요?”
“기억이 나게 할 수도 있다. 나를 따라와 보겠느냐??”
이건 정말 궁금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라고? 이건 반드시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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