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모공(謀攻)

by 미루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병법에서 최상의 방법이며, 이를 위해 나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상대의 강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싸울지를 말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므로 최상은 병력으로 적의 싸우려는 의도 자체를 깨는 것이고, 다음은 적의 외교를 깨는 것이고, 그다음은 적의 병사를 깨는 것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군보다 10배의 병력이면 포위하고, 5배의 병력이면 공격하고, 2배의 병력이면 적을 분리시킨 후 차례로 공격하고, 맞먹는 병력이면 최선을 다하여 싸우고, 적보다 적은 병력이면 도망치고, 승산이 없으면 피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병력으로 무리하게 싸우면, 강대한 적의 포로가 될 따름이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 故小敵之堅, 大敵之擒也.


병법서에서는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싸워서 이긴 것은 반드시 그 승리 뒤에 희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매번 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취업이 목적인데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현명한 싸움법이 아니다. 회사 내에 옳은 말을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대체로 높이 승진하지 못한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매번 그 옳은 말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다면, 여론이 악화될 것이고, 사람을 얻지 못해 승진 경쟁에서 낙마하게 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이이제이(以夷伐夷, 오랑캐를 오랑캐로 대적하게 한다)

중국의 중원 북쪽에 자리 잡은 이민족 세력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단발적인 약탈은 있어도 제대로 된 중원 침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민족들이 하나로 결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용해서 중원의 제국들은 이민족들의 분열을 고착시켜 그들을 제어하려 했다. 그 결과 이민족들은 북방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과정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중원을 위협하는 세력이 되지 못했다. 칭기즈 칸 등장 이전의 몽골이 그랬고 누르하치 이전의 만주가 그랬다. 비단 이민족뿐만이 아니라 나라에 망조가 들면 출몰하는 거대 도적집단들에게도 이이제이를 시전한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강해서 국가가 당장 진압하기 힘든 도적단의 우두머리 몇몇에게 벼슬자리를 던져주고 다른 도적들과 이간질을 시키는 것이다. 후한에게 평난중랑장 직위를 받은 흑산적 두령 장연이나 송나라에게 벼슬을 받고 민란 진압에 나선 송강, 원나라에게 태위 벼슬을 받은 장사성 등이 대표적이다.(출처 : 나무위키)

- 시간을 활용한다 (때를 기다린다)

대기업에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불어넣으려고 하니,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변화의 강도가 커질수록 불만의 목소리는 뒷담화에서 점점 공식적인 회의와 미팅에서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되었다. 외부에서 온 CEO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약한 것과 내부 반발에 대해 고민을 해오고 있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3월 1일 회사 승진자 발표 결재란에 사인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회사가 설립되고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인사팀과 직원들은 크게 동요되었고, 이 배경과 승진자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그렇게 승진자 발표는 2주가 미루어졌다. 그러자, 직원들은 새로 온 CEO가 최종 인사권자이고, 자신의 승진에 가부를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을 때 즈음, 서류에 서명을 하였다.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나와 상대에게 동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 중에 하나이다.


이외에 적의 경쟁자를 지원하여, 적이 경쟁자를 견제하느라 나에게는 굴복하게 할 수 있고, 여론을 활용하거나,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취하는 지략 등을 펼칠 수 있다. 세상에는 분명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승리를 이끄는 5가지 원동력

승리를 예지 할 수 있는 다섯 가지가 있다. 전쟁을 해야 하는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지 아는 자는 승리한다. 식견을 가지고 대소규모의 부대를 운영하는 자는 승리한다.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진 자는 승리한다. 준비된 상태에서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적과 대적하면 승리한다. 장군의 능력이 뛰어나 군주가 통제하려 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가 승리를 예측하는 길이다.

故知勝有五,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識衆寡之用者勝. 上下同欲者勝, 以虞待不虞者勝, 將能而君不御者勝. 此五者, 知勝之道也.


승자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은 분명 다를 것이다. 병법서에서는 다음 다섯 가지를 승리의 큰 원동력으로 보았다.

전쟁을 해야 하는지, 안 해야 되는지 아는 것 (계획, 지략)

식견을 가지고 대소규모의 부대를 운영할 수 있는 것 (용병술)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지는 것 (목표 일치, 동기부여)

준비된 상태에서 준비되지 않은 미숙한 적을 만나는 것 (나와 적의 상황)

장군의 능력이 뛰어나, 군주가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 (권한 위임)

만약,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면, 나의 승리에 원동력은 무엇인지 아래 항목을 스스로 예측, 점검하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부족한 사람은 기회가 있어도 못할 것이요, 큰 원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회가 없어도 만들어서 해낼 것이다.


피하는 것도 전략이다

적보다 능력이 우세하면 전쟁을 하고 적보다 소규모의 능력이라면 도망친다. 아군이 적보다 능력이 모자라면 피해야 한다. 고로 약소의 군대가 적을 맞아 견고하게 싸우기만 하면 강대한 적에게 포로가 된다. 싸울지 말지의 여부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 故小敵之堅, 大敵之擒也. 知可以與戰 不可以與戰者勝


의도하지 않는 전쟁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무조건 싸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적보다 능력이 모자라면 피해야 한다. 무모한 싸움으로 인한 패배는 큰 상처를 준다.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피하는 것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계책 중 하나였다. 지금 뻔한 패배를 당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기르는 수련의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우리가 실패를 생각할 때 두려운 것은 단지 남들의 판단과 비웃음이다. – 알랭 드 보통 –


병법의 관점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은 무모한 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때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자는 준비된 자가 아니고 준비되지 못한 자는 이길 수 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옛말에 이르기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만 알고 있다면 한 번은 승리하고 한 번은 패배한다.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도 모르면 매번 전쟁을 할 때마다 필히 위태로워진다. 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손자병법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문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싸움이라는 것은 우선 나를 알고, 적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와 상대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싸울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고, 싸운다면 어떻게 공격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나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고, 상대방의 강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어떠한 싸움이 두렵겠는가. 다만, 그리스의 한 철학자(디오게네스)가 말했듯이, 자신을 아는 일이 가장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이 가장 쉬울 뿐이다. 그리하여 혼자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항상 다른 이의 피드백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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