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 구변(九變)

나의 힘을 키우고, 나를 믿어야 한다.

by 미루

손자병법 제8편 구변(九變)

승리를 위해 나의 힘을 키우고 스스로를 믿으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단호하게 하지 말고, 장수의 다섯 가지 위기를 항상 경계하라. 구변은 '다양한 변화 부리다'로 해석될 수 있는데, 우선 자신을 튼튼한 반석과 같이 만들고, 그 위에서 다양한 변화를 구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승리는 운과 기술이 아니고, 나의 힘을 키우고 나를 믿는 것이다.

군대의 운용 법은 적이 왕래하지 않기를 기대하지 말고 어떤 적도 대적할 수 있는 나의 힘을 키워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기를 기대하지 말고 어떤 적도 공격할 수 없는 나를 믿어야 한다.

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 항상 강하고 앞선 문명이 약하고 뒤쳐진 문명을 흡수, 해체, 말살하였다. 로마제국이 당시 야만족이라 불렸던 주변국을 정벌하였고, 몇 백 명 되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 잉카, 아즈텍, 마야 문명들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20세기까지도 남태평양 섬나라에서는 현대식 총과 무기를 갖춘 부족이 그렇지 않은 부족을 공격하여, 남자들을 학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금도 전 세계의 분쟁지역은 수백 곳에 달하고, 연간 수백만 명이 전쟁으로 죽고 있다.

우리가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고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지만, 인류의 역사는 힘과 폭력으로 일구어온 제국들의 역사이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편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로마제국, 중국 통일왕조, 콜럼버스가 위대해 보이는 것이나, 그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살육으로 얼룩진 역사이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인 이후, 30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95%가 천연두 등 유럽의 전염병으로 몰살되었다. 스페인 군인들은 손쉽게 신대륙을 점령하기 위해, 원주민에게 담요 등의 생필품을 전달해주면서 전염병 확산을 촉진했다)

그리하여 자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고 단련하는 것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방에 투자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공격해서는 안 되는 군대가 있다. 공격해서는 안 되는 성이 있다. 투쟁해서는 안 되는 지형이 있다. 군주의 명을 수락해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塗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命有所不受


새로운 결심을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는 것만큼,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것은 첫 번째로 헛 일을 했기 때문에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가 발생하고, 두 번째로 헛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어찌 보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새로운 것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은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 아이에게 차분하게 모든 장난감을 사줄 수 없다고 설명을 해야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화를 내며 대처하게 된다. 직장에서 괜히 얄미운 동료가 있다. 나의 미운 감정과 일하는 것은 분리해야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 동료에게 감정적으로 쏘아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그리고 이런 일들들로 인해 후회하고 다시 상황을 수습하느라 우리는 에너지와 시간을 쏟게 된다. 매일 짧은 시간의 명상을 통해서 자신의 목적과 뜻을 되짚어 보고,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헤아려 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습관으로 몸에 배도록 노력한다.



장군의 다섯 가지 위기

장군에게는 다섯의 위기가 있다. 필히 죽기만을 생각한다면 살해될 것이고, 필히 살기만을 생각한다면 포로가 될 것이다. 분노와 빠른 속도만을 생각한다면 수모를 당할 것이고, 청렴과 결백함만을 생각한다면 치욕을 당할 것이다. 또한 병사를 너무 아끼는 장군은 번민에 빠진다. 이러한 다섯 가지는 장군이 빠지기 쉬운 과오이며, 용병에 있어 재앙이 된다. 군대가 뒤집히고 장군이 죽는 것은, 필히 이 다섯 가지의 위험 때문이니 세심히 관찰하여야 한다.

故將有五危 : 必死可殺也, 必生可虜也, 忿速可侮也, 廉潔可辱也, 愛民可煩也. 凡此五者, 將之過也, 用兵之災也. 覆軍殺將, 必以五危, 不可不察也.


손자는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과오를 기술하고 있다.

필히 죽기만을 생각하면 살해될 것이다 : 항상 결사항전을 주장하면 안 된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며 전쟁을 하고 일을 시키는 것은 장수와 병사 모두 피로하며, 결국 언젠가는 참패를 하게 될 것이다.

필히 살기만을 생각하면, 포로가 될 것이다 : 현재 이슈를 해결하기보다는,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리만 하다 보면 한 번은 성공할 수 있으나 결국에는 주변에 모든 사람을 잃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분노와 빠른 속도만 생각한다면, 수모를 당할 것이다 : 사람의 성격 유형을 나눌 때, 성격이 급한 사람들로 분류되는 유형이 있다. 이들은 사안이 생기면 사실과 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물불 안 가리고 움직인다. 산행을 하다 뱀에게 물렸는데 어떻게 해야겠는가? 중요한 고객이 경쟁사로 옮겼을 때,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큰일이 있었을 때 사실에 집중하고 조치를 취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잘잘못을, 따지면 되는 것이 순리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빠른 일처리로 인해 성공을 할 수도 있으나, 언젠가 큰 수모를 맞이하게 된다.

청렴과 결백함만을 생각한다면, 치욕을 당할 것이다 :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오직 청렴과 결백을 내세우면 주변이 빈궁해진다. 빈궁한 상태에서 혼란이 오면, 대응을 할 수 없기에 큰 치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병사를 너무 아끼면, 번민에 빠진다 : 모든 병사를 내 자식처럼 아끼면, 이들은 나를 위해 그들의 목숨도 바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지나치면 병사를 사지에 보내지 못하고, 용병술에 제한이 온다. 특히, 특정 병사를 더 아낀다면, 그 나머지 병사의 불만이 고조된다. 많은 자식 중에 특별히 정이 가는 자식이 있더라도, 부모가 특별히 내색하지 말아야 하듯, 정이 가는 아랫사람에게도 절대 내색을 해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싸움과 새로운 도전에 임할 때 지도자는 항상 이 다섯 가지를 살피어야 한다. 기본을 강화하고,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싸울 검을 뽑아 드는 것은 내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을 때만 해야 한다. 목숨은 하나뿐이니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keyword
이전 08화VII. 군쟁(軍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