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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료 Oct 29. 2020

생명이 빵처럼 구워지는 동안

      



빵 굽는 소리에 춤을 추며 당신이 말했다. 

너와 나, 둘만의 박자와 리듬을 찾아보자.      

서둘러 가느라 무릎이 부서지지 않도록

밀가루처럼 폴폴 가벼이 살아보자. 

빵처럼 느리게, 서서히 구워져 보자.      


빵의 노래에 맞춰 당신이 어깨를 들썩거리자 

세포들이 다정한 음표 되어 행복을 연주했다.      


공원에 나가보니 토끼가 여린 풀을 뜯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뚫어져라 우릴 보았다.

슬픔을 모른 척 하기 위해 억지로 웃는 사람처럼

작은 새는 ‘아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울었다.      


새의 울음 곁에 앉아 샌드위치를 나눠 먹는데

당신이 나 닮은 아이 하나 낳아 달라고 졸랐다.      


뱃속에 사람을 품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가 사라질 뻔 했었다는 엄마의 고백에

지난 밤 꿈 이야길 들은 듯 무덤덤했었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춤을 췄던 나, 

없어지지 않고 눈 코 입을 용케 가졌다.  


젖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포도주처럼 달게 마시고 

울지 않고 웃으며 부풀어 자랐다.      


구름 흘러가는 소리도 흥겨워 춤을 추는 사람과

한 개의 날개를 동시에 펴서 함께 날았다     



인생이 빵처럼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생명이 구워지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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