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2023년 6월이었다. 봉탁는 오랜만에 병원에 다녀왔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이었지만, 올해는 뭔가 느낌이 쎄했다. 초음파 검사와 위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의사는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동맥에 돌기 같은 것이 보이네요. 유전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말이 봉탁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위 상태도 단순 위염을 넘어서 매년 악화되고 있어요. 조금 더 신경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을 나서면서 봉탁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했다. ‘경동맥에 돌기라니... 나이가 오십을 넘으면서 진짜 몸이 말을 안 듣는 건가.’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어릴 적부터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고, 크게 아픈 적도 없었다. 그저 어쩌다 한 번씩 감기에 걸리는 정도였으니까.
식전 혈당 수치는 100을 넘긴 지 오래였다. 의사는 106 정도면 아직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정상 범위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찝찝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범위를 넘었다. 아내는 기름진 음식을 줄이라고 했지만, 봉탁은 늘 고기와 튀김을 좋아했다. "나도 모르게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던 거야," 봉탁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걷기였는데, 그것마저도 규칙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하루에 만 보만 걸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사실 학창 시절, 오래 달리기를 하다 기절한 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운동을 피하고 살아왔다. "군 생활을 그럭저럭 해낸 것도 기적이었지."
근력 운동은 해본 적도 없고, 피트니스 센터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매달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한 번도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게으름이 몸에 배었어." 봉탁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그날 밤, 봉탁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해. 식사도 조심하고 위 건강도 챙겨야지. 먹는 것도 신경 써야겠어.’ 막연하지만, 변화를 결심했다.
사실 50대, 60대에 들어서면서 몸에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빠진 후 회복이 더디거나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주변에는 고지혈증 등으로 약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땐 남의 이야기라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니 걱정이 앞섰다.
"운동을 시작해야겠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어떤 운동을 할지였다.
침대에 누운 채로 그는 다양한 생각을 해봤다. 수영은 어떨까? 관절에 무리도 가지 않고, 유산소 운동으로도 좋다고 들었다. 아니면, 가벼운 조깅을 다시 시도해볼까? 예전에 기절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천천히, 조금씩 시작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자전거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은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몸을 풀어주는 운동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기르기에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봉탁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슨 운동을 하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고민에 잠겼다. 중요한 것은 운동의 종류가 아니라,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