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봉탁은 회사에 출근했다. 늘 그렇듯 피곤한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업무 메일들이 쏟아지기 전에, 잠시 회사 게시판을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동호회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탁구 동호회’라는 글자가 봉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탁구라…” 봉탁은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치던 운동이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마우스 커서를 움직였다. 동호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함께 일했던 부서의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아, 저 사람도 여기 있었구나.’ 봉탁은 잠시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메신저를 열었다.
"안녕하세요? 봉탁입니다." 그렇게 메신저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인데도,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었다.
“오, 봉탁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무슨 일이세요?”
봉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탁구 동호회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상대방은 신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여요. 주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운동을 하고, 간단히 회식을 하기도 하고요. 장소는 회사 근처 체육관이구요. 다들 친절해서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월회비도 5천 원밖에 안 하고요!”
봉탁은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갑자기 끌렸다. ‘5천 원이라니, 이 정도면 거저 아닌가?’ 게다가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운동 장소가 있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봉탁은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해버렸다. 등록할 때까지 아내의 허락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에 홀린 듯 빠르게 결정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목요일이었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봉탁은 아침부터 마음이 두근거렸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탁구장에 구경 오라’는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갈까 말까…’ 마음이 흔들렸다. 어색하면 어떡하지? 잘못 들어간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왕 등록한 거 용기 내서 가보기로 했다.
저녁 6시 반,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봉탁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회사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