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자신이 선수라도 된 듯한 착각
회장 기승은 오랜만에 유니폼 공동구매 공지를 띄웠다. 봉탁에게는 낯선 개념이었다. 상의 등 뒤에 이름까지 적힌 유니폼이라니,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유니폼이 브랜드 제품이어서 가격이 다소 비쌌지만, 다행히 회사에서 50% 지원을 해줘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유니폼 선택은 제각각이었다. 봉탁은 고민 끝에 헐렁한 사이즈로 주문했다. 딱 맞는 옷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조금 여유 있는 옷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어느 날, 봉탁은 드디어 유니폼을 손에 쥐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반팔 상의와 반바지로 이루어진 세트였다. 유니폼을 입자, 마치 자신이 선수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구나," 봉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탁구장에 도착하니, 모두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결같은 복장은 자연스레 단결된 모습을 연출했고, 그 안에서 봉탁은 동질감을 느꼈다. 옷을 맞춘 것만으로도 한층 더 품행에 신경 쓰게 되었다.
그날도 탁구는 쉽지 않았다. 봉탁은 여느 때처럼 코칭을 받고, 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탁구를 쳤다. 탁구는 10분만 쳐도 땀이 금세 맺힌다. 수건 없이는 안 될 정도로 유산소 운동의 진수를 보여주는 운동이었다.
탁구를 치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봉탁은 이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회원 중 한 명인 지형이 그 예다. 법무팀에서 일하는 변호사인 '지형'은 탁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의 플레이는 수비형으로, 몸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공을 받아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지형은 마치 수비 본능을 타고난 듯 보였다.
봉탁은 그런 지형을 보며 생각했다. "탁구는 단순히 공격을 잘한다고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실책을 유도해서 점수를 얻는 경우가 많구나." 지형처럼 수비를 탁월하게 해내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물론 그가 수비를 즐겨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성격상 수비가 더 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반면, 봉탁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실력은 따라주지 않고, 그렇다고 수비를 하자니 몸이 유연하지 않아 답답했다. 그저 어정쩡하게 플레이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매번 탁구장에 갈 때마다 자신의 탁구 스타일을 고민하게 되었다.
'지형'이 다양한 공을 받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봉탁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