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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PE Nov 19. 2024

봉탁 20. 새싹반에서 시작

새싹반에서 시작하지만

#시즌1 마지막


봉탁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탁구 실력이 궁금해졌다. "내 실력이라면 도대체 어느 부수에 속할까?" 동호회에서 시합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탁구 전문가가 내 실력을 평가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봉탁은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궁금해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탁구 영상을 보면 오픈6부, 지역6부, 로컬8부 등 부수를 자주 언급하는 생활체육인들이 많다. 분명 이런 체계가 있는 것 같아 더 궁금증이 커졌다.


"나도 그런 등급에 속할 날이 올까?" 이런 고민을 계속하는 봉탁에게, 기승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 부수를 고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봉탁의 의미 없는 고민은 한순간에 무색해졌다. 


“지금은 기본적인 탁구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해. 부수는 그 다음 문제야.” 

봉탁은 기승 회장의 말을 듣고 머쓱해졌지만, 그 말에 담긴 진심이 느껴졌다.


얼마 후, 드디어 동호회에도 실력에 따라 등급 체계가 도입되었다. 탁구 경험과 경력을 기준으로 상위부, 중위부, 하위부, 그리고 새싹반으로 나누었는데, 봉탁은 당연히 새싹반에 속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올라가야 할 수많은 단계가 머릿속에 그려지자 설렘과 동시에 막연한 부담이 느껴졌다.


사실 탁구는 단순히 체력만 필요한 운동이 아니다.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빨리 배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봉탁은 스스로 기술을 익히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불안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젠 등급이 정해졌으니,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여유가 없었다. 


봉탁은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했다.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이제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탁구장에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싹반을 졸업하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가 봉탁의 마음을 자극했다. 


기승 회장은 이 목표를 더욱 분명히 해주었다.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경기를 해서 이겨야 새싹반을 졸업할 수 있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새싹반에 남아야 하고, 이기면 더 높은 반에 배정되도록 하겠다.” 


봉탁은 이 말을 듣고 도전의식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마치 첫날 탁구장에 발을 들였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봉탁은 장난끼 섞인 말로 "나를 이기지 못하면 새싹반에 남아야 한다"라고 회원들에게 이야기 했다.


탁구는 체력뿐만 아니라 기술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가 필수다. 봉탁은 탁구에서 배운 이 원리가 탁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탁구장에서 봉탁은 오늘도 공을 잡을 준비를 했다. 새싹반에서 시작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더 높은 반으로 올라가는 희망과 열정이 가득했다. 


“어디서든 꾸준히 하면 길은 열려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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