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마을 앞 가지를 늘어뜨린 정자나무 한그루
여름이면 흰 모시적삼 입은 어른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송글송글 구슬땀을 말리셨다
동구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어린 시절의 나는
답답한 가슴 될 때면 신작로를 달렸는데
달아나고 싶은 고향 머물 수 없는 나는
집 떠난 이방인 되어 오래 떠돌며 살았다
타향살이에 지친 날 그리운 이 찾던 날에
마을 앞 정자나무는 어김없이 나를 반기는데
섣달그믐에 뜬 한겨울의 시린 달처럼
엄마의 연약한 가슴은 가시 돋힌 천진함
돌아갈 고향이 없는 것은 부모를 잃은 것과 같은 것
마을의 정자나무는 그늘 만들어 땀을 닦아주었지만
엄마 가슴은 여리디 여린 새의 발톱 닮은 가슴
아이들이 자라 삶에 부대끼어 내 품을 파고들면
나는 따뜻한 밥 지어 환한 웃음으로 기다리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