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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일상
오후의 산책길
by
박 혜리
Oct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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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기 예보에는 내일 돌풍이 불고 천둥이 치며 곳곳에 비가 내릴 것이라 하였다.
오늘 날씨가 좋으면 어제 생각한 곳으로 나들이를 갈 작정이었는데 아침에 빗겨 난 구름이 다시 하늘을 뒤덮어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나는 점심을 먹은 후에 오후의 산책길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계단을 올라 오솔길을 걷는데 잎이 무성한 선비처럼 곧고 창창하던 대나무가 마른 잎을
떨구는 데다
산비탈에는
새싹 같은 풀 대신에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동산처럼 쌓여 있었다.
늘 걷던 길을 두어 번 돌고 나니 바람이 스산한데 해를 가린 나뭇잎으로 주위가
어둑해져 나는 옆에 있는 호수로 내려와 걷기 시작하였다.
호수의 중간부터 걷기 시작하여 정면으로 비음산이 보이는 곳에 다다랐을 때 자전거를 앞에
세워놓고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는 할아버지 한분이 보이고
벤치에는 연인과 함께 또는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침과 달리
오후부터 개기
시작한 하늘은 파란 하늘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미는데 얼굴이 작은 미국인으로 보이는 그녀는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잉어 떼를 보며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고 다시 몇
걸음
옮기다
날개를
접은 새 한 마리가
쉬는
모습을 다시
휴대폰에
담았다.
한가로이 걷는 이방인처럼 그녀를 따라 나도
걷는 중인데 오늘은 누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도 없고 입도 심심하던 차에 나는 무심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보았다.
"excuse me, are you
a
student?"
"yes. I am, where are you learned english?"
"l stud
ie
d
alone on youtube"
" oh, ok"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america"
"alone?"
"no.
I came to korea with my husband."
" oh. i see."
"why
did you come to korea?"
" just travelling."
"
Is your husband american?"
"my husband is
a vietnamese
and he
came to korea on
business."
"how old are you?"
"
I am 29 years old."
공원 중간쯤 왔을 무렵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자 그녀는 계단을 가리키며
"I'm going to
this way"
"Have a nice trip"
" thank you"
" you're welcome"
"bye"
"bye"
그러고 나서 우리는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혼자가 된 나는 다시 공원을 걸었다.
너무 빨리 헤어져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처럼 호수에서 놀고 있는 잉어 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생각처럼 말이 빨리 나오지 않아 몇 마디 나누어보지 못하였지만 이렇게라도 영어로 말해본 게 어디냐며 나는
혼자 피식
웃었다.
호수의
둘레길을 몇 바퀴 더 돌다 보니 저녁이 다가오는지 하늘이 다시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그녀처럼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 몇 컷을 찍었는데 동쪽부터 떠오른 아침 햇살 때문인지 줄지어 선 은행나무가
노랗게 일찍 물들며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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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나 가을같은 형형색색의 꽃이 피거나 질 때면 시를 쓰고 여름과 겨울동화처럼 이야기가 떠오르면 글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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