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하느라 했는데도 부스럭거림을 느꼈는지 일찍 눈을 뜬 남편과 함께 바다 끝 수평선에 막 떠오른 아름다운 일출의 광경을 지켜보고 나서 나는 서둘러 세수를 하였다. 마지막 휴가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든 나는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로 더워지기 전에 식구들이 잠든 이른 새벽에 숙소를 빠져나왔는데 하얀 포말이 이는 코발트 빛 바닷가 산책로를 솔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하였다. 지난밤 폭죽을 쏘아 울리며 환호성을 지르던 젊은 청춘들이 돌아간 자리에는 이끼 냄새나는 새벽 공기 속에 막 떠오른 일출의 광경을 중년의 나이에 이른 사람들이 드문드문 벤치에 앉아 즐기고 있었다.
남편의 휴가기간에 맞춰 일찌감치 숙소를 예약한 우리는 전날모두 짐을 꾸려 놓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먼 곳에 여행을 가기를 희망하는 막내의소원을 들어줄 겸 쉬지 않고 달려도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강원도로 떠났는데 미리 전날 도로사정을 알아본 남편의 혜안으로 중간지점 약간의 정체 말고는 우리만 달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도로는 원활하였다. 녹음으로 짙푸른 산과 푸른 하늘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의 풍경을 즐겼는데 오랜 운전 끝에 다다른 휴게소에서 우리는 각자의 메뉴를 정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식사를 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자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 뒤에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기 위하여 커튼을 젖히며 나는 베란다로 나갔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닮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 자유구나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데장시간 차를 타고 오느라 힘든 몸을 침대에 누이며 잠깐 눈을 붙인 후에 우리는 일몰의 여운이 남은 어스름한 저녁에 횟집들이 늘어선 바닷가의 음식점에서 싱싱한 회와 시원한 해물탕을 먹으며 저녁 식사를 하였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소화를 시킬 겸 바닷가를 막내의 손을 맞잡고 산책을 하였는데 나는 등이 넓은 훌쩍 커버린 아들과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남편을 바라보며 행복한미소를 지었다.
오래전에 본 영화 "고령화 가족"은 각기 아버지가 다른 삼 형제가 사연이 다른 삶을 안고 살아간다. 자식들의 일이 잘 안 풀리고 티격태격 싸울 때에도 엄마 역할의 윤여정 배우는 저녁에는 고기를 굽고 찌개를 함께 끓이는 것이인상적이었는데 칠십 가까운 엄마 집에 시시 때대로 모이는형제들에게 끼니때마다 푸짐한 밥상을 차리면서 그녀는 이런말을 남겼다.
가족이 뭔 대수냐.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밥 먹고 또 슬플 땐 같이 울고 기쁠 땐 같이 웃는 게 그게 가족인 거지.
나는 여행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세탁물을 세탁기에 담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구나 실감을 하였다. 먼 거리임에도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며칠간의 여행이 짧게 느껴지는데 늘 좋을 수만 없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가족이 있어서 나는 조금 더 인간다워지려고 노력하며 타인을 향한 이타심 또한 생긴다 여긴다. 삶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에서 낯선 것을 동경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되는 것이라 여겨지는데언젠가 다시 찾을 바다를 가슴에 담고 온 나에게 바다는 한동안 일상의 무던함을 견디게 해 줄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기쁨은 나누고 슬픔은 함께 할 일상으로 복귀한 가족을 위해 나는 밥상을 차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