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넓은 바다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를 앞에 둔 갯벌이 있는 해변로를 걷고 있었는데 횟집들이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그곳은 평일이라 그런지 인기척이 드물 만큼 한산하였다.
나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여수를 향해서 달렸다.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하여 나의 호기심이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는데 다른 숙박업소에 갈 엄두가 나지 않은 나는 엑스포가 열렸던 곳과 멀지 않은 호텔에 주차를 하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미리 예약하지 않았는데도 빈방이 있었는데 방에 짐을 내려놓고 근처 식당에서 나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초행길인 데다 입마저 까끌하여 나는 몇 수저 들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룸서비스로 조식을 먹고 파도를 막은 방파제를 따라 붉은 동백꽃이 핀 오동도로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잠들기 전, 네이버 검색창에서 알아본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를 향하여 나는 차를 몰았다. 빈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지붕에 기와를 얹은 깨끗한 한옥집에 짐을 푼 나는 양쪽으로 한옥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거리를 걸었는데 옷 또는 액세서리 같은 것을 파는 가게를 둘러보며 음식점의 한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서 나는 일출이 유명하다는 왜목마을이 있는 당진을 향하여 운전을 하였다.
사춘기를 맞은 아들이 게임에 빠져 들었을 때 잔소리가 는 남편과 아들을 중재하다 자립심이라도 길러야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큰아이에게 할머니 집에 며칠 있다가 돌아오겠다 말하고 집을 나왔다. 치료를 받아 몸마저 약해지자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었던 나는 갑자기 휴가를 얻게 되자 여행이나 다녀보자 하였고 일주일을 작정하며 나왔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가 있는 데다 집 걱정으로 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의 짧은 여행은 끝이 났다.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 신혼이었을 때 6시면 퇴근을 하고 주말이면 꼬박꼬박 쉬어 남는 것은 시간뿐이었기에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꾸려 집을 나섰다. 남편이 매일 직장까지 데려다주었던 중고차는 아침에 출근을 하려면 가끔 배터리가 방전되어 누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점핑을 하여 충전을 해서 겨우 시동을 켜고 출근할 때가 많았는데 그 차를 타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속초의 바다를 보고 파주의 임진각에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보고 돌아올 때면 바라는 힘들었던 여행이 추억으로 남으며 일상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여행을 마치고 지름길인 트럭처럼 툴툴거리는 차를 타고 지름길인 능선을 넘어 집으로 돌아올 때면 몸살이 나며 멀미를 할 것 같았는데 고장을 자주 일으키는 차를 수리하는 게 맘에 걸려서 직장에 다니며 모은 것으로 나는 새 차를 남편에게 선물하였다.
한두 시간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데도 거기에 마치 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 듯 우리는 먼 길을 나서곤 했다.
강릉의 경포대 푸른 바다는 하늘빛을 닮은 데다 가슴을 트이게 할 만큼 아름답고 시원하였다. 소나무숲이 우거진 해변의 산책로를 걸으면 바람에 실은 솔향이 났고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듯한 싱싱한 수산물로 끓인 해물탕은 국물이 시원하여 일품이었는데 빡빡한 일정으로 산을 오르지 못하고 근처에서 걷다가 내려온 게 전부이지만 맑은 하늘과 단풍이 물든 설악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일에 관대해질 것 같았다.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아이들만 데리고 떠난 여행에서 신선한 풀향기와 함께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여름밤에 잠들었던 고즈넉한 남해의 밤,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바다와 아름다운 마을들.
백팩을 메고 만리장성을 걸었던 첫 해외여행.
입국 심사대에서 입을 열지 않은 아이 때문에 당황하였던 하와이 여행은 실수하면 쓰면 된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처럼 서툰 영어로 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남편이 바쁠 때면 혼자서라도 당일 여행을 훌쩍 떠난다. 이쁜 찻집이 즐비한 바닷가. 풍경소리가 울릴 것 같은 대나무 숲길. 꽃과 식물이 어우러진 식물원. 새해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 커다란 서점이 있는 북카페. 풍광이 좋은 산에 있는 절을 보고 나면 마음이 넉넉해지며 일상의 에너지가 생겼다.
인간은 같은 자리에 머물면서도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면서 먼지와 같은 작은 존재가 나라는 것을 인식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탑 위에 걸린 시계와 같이 멈출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말처럼 낯선 풍경에게 독백을 고하며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