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초 씨앗이 전하는 강인함의 메시지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어제 비가 내린 덕분에 구름이 해를 가려 걷기 좋은 날이었다. 도림초등학교 주변을 따라 걸었다. 도로 건너편은 신길 뉴타운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깨끗하고 멋진 도시다.
하지만 도림초등학교 주변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오래된 주택들이 모여있는 정겨운 마을이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곳이라 이런 풍경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웃사촌이라 부르지 않던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마을에 일어난 일들을 다 알고 마음을 나누던 사람 사는 정겨움이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동네 골목길을 걷다가 담장 옆 화분에 심어진 풍선초가 눈에 띄었다. 덩굴식물인 풍선초는 전봇대를 휘휘 감고 뾰족한 대문 끝을 타고 위로 오르고 있었다.
어제 내린 비를 머금은 풍선초는 한껏 싱그러운 모습이었다. 풍선처럼 생긴 열매 안에는 씨앗이 들어있단다. 호기심에 열매를 눌러보니 손가락 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아마도 여물어가고 있는 씨앗일 것이다. 나는 풍선 열매가 갈색으로 익어갈 즈음, 그 안에 씨앗이 얼마나 단단하게 여물었는지 꼭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걷다가 마주치는 모든 식물들이 어떤 색으로 열매를 맺고 익어갈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딱딱하게 여물어가는 풍선초의 씨앗을 생각하며 문득 '강인함'에 대해 생각했다. 마침 어제 유튜브에서 들었던 조벽 교수님의 강의 속 한 문장이 다시금 마음에 깊이 남았기 때문이다.
“온실에서 보호받고 자란 온실화는 꽃은 화려하지만, 밖에 나가면 금세 시들어버린다. 그런데 야생화는 온갖 풍파에 꺾이지 않고 자란다. 자녀를 온실화가 아니라 야생화로 키워라.”
내가 화려하진 않아도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이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비,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언제나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존재. 야생화는 우리에게 강하게 이겨내는 법을 조용히 가르쳐준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꺾이지 않고 당당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온실 속에서 안락하게 보호받기보다, 때로는 비바람을 맞고 햇볕 아래 단단하게 여무는 풍선초의 씨앗처럼. 나 역시 야생화의 강인함을 닮고 싶다. 무더위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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