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와인바를 차렸다. 그것도 우리 동네에. 집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버스 정류장을 가려면 그의 가게를 지나쳐야 했다. 비켜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내가 왜 그 때문에 돌아가야만 하는지 억울하고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거야.. 정말...'
어쨌든 그의 가게는 빨리 입소문을 탔다. 금세 동네 핫플이 될 정도로. 어느새 동네 친구들도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묻기 시작했다.
"나 친한 언니 만나는데 거기 가도 돼?'
"가아- 뭐 어때, 묻지 말고 가. 이제 나랑 상관없는데 뭘. "
마음은 불편했지만 뭐 어쩌랴. 사실 나도 궁금했다. 인스 x에 들어가 그의 가게 계정을 찾았다. 이미 수많은 사진과 댓글이 수두룩했다.
‘뭐야, 평생 SNS는 담쌓고 살더니…‘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동네에 이런 곳이 생기다니, 단골 예약'
‘사장님이 훈남인 곳’
'헐… 정말 돌아왔구나. 아주 작정을 했어'
그 후 나는 가끔 울적할 때면 그의 가게를 찾았다. 나도 왜인지 모르지만 그냥 발길이 갔다. 그리고는 아무도 몰래 그의 가게를 몰래 훔쳐보다 돌아오곤 했다. 무슨 마음인지는 나도 몰랐다. 그가 그리워서인지 변하지 않는 내 인생이 뭐 같아서 인지.
노란 조명에 빈티지한 샹들리에가 멋들어진 가게였다. 가게 안에는 하얀색 캔들이 잔뜩 있어 분위기가 더 아늑했다.
어두운 벽 한 편에는 늘 빔 프로젝트로 영화를 상영했다. 우리가 몇 번이고 돌려 보던 영화.
그날도 터덜터덜 퇴근길에 그의 가게 앞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멍 때리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나왔다.
'엄마야!'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낮췄다.
그는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는 봉투를 버리고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나도 안 변했네. 살이 좀 빠졌나...?'
처음이었다. 헤어진 후로 그를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잠시 후 그가 휴대폰을 어깨에 얹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담배를 아직 안 끊었나 보네...'라고 생각한 순간, 그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봤다.
'히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