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는 그의 가게 앞에 가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무슨 미련에 거기까지 갔는지, 스스로를 원망한 채 다시금 그의 가게 앞을 빙 돌아다녔다.
얼마 뒤 동네에서 친구를 만났다.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면서 가끔 서울에 올라오는 동네친구였다. 이번에는 연차까지 써서 서울 집에 꽤 오래 머문다고 했다. 퇴근 후 동네에서 만난 그녀는 살짝 들떠 보였다
“나 가보고 싶은데 있어!”
“어디?”
“요 근처에 새로 생긴 어묵바인데 분위기가 근사해 보여. 벌써 후기가 꽤 있더라?”
“그래? 가자”
미식가에 주당인 그녀 선택은 한 번도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평소 ‘아무 거나 먹으면 되지 뭐’ 주의인 나는 대부분 그녀의 결정을 따른다. 먹을 것에 있어선. 평소에도 나보다 동네에 새로 오픈한 집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두 말 없이 따랐다.
그녀 말대로 밖에서만 살짝 봐도 인테리어가 그럴듯했다. 올블랙 벽면에 가운데 놓인 직사각형 무광 대리석 테이블 정 중앙에는 어묵 꼬치들이 김을 내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게 구석에는 오픈을 축하하는 작은 화환과 귀여운 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다. 모던한 가게 분위기와 이질적이었지만 묘하게 어울렸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젊은 사장님.
우리 또래 거나 우리보다 어려 보였다. 근데 이상하게 얼굴이 낯익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그때 친구가 발걸음을 멈췄다.
“어머, 오빠?”
그리고 나는 이내 얼어붙었다.
멈춰 선 친구 앞에 그가 보였다. 혼자 바에 앉아있었다. 맞다, 이 사람. 낯이 있던 사장님, 몇 번 본 적이 있는 그의 친구였다. 세상에.
놀란 나만큼 친구도, 그도 얼어붙었다. 그는 나와 내 친구를 동시에 바라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바로 등을 돌려 바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뭐야. 뭐지? 왜 하필 저기 있는 거야?!’
잠시 뒤 친구가 나왔다.
“야, 저 사장님 오빠 친구 맞지?”
“응, 우선 다른 데로 가자”
'나를 본 걸까...? 지금쯤이면 가게에 있어야 하는데 왜 저기 있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친구 녀석이 집요하게 물었지만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별로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친구와 여수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녀석이 이번에 꼭 가고 싶다고 했던 그곳. 친구가 미리 숙소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여수. 그와 첫 여행을 떠났던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