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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양푼이 Sep 23. 2021

여자로서의 매력

 Sex and the city 서울 에피소드

 어느 날

노트가 필요했다.


동아리방에

유학 간 친구가 놓고 간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그 친구는

그 공책의 존재도

모를 것 같아서

남은 부분을 쓰려고 하는데

이것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곳엔

내 이야기가

써져 있었다.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

라는 말이었다.


그 친구가 고등학교 친구를

학교에 데리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주고받았던 대화의 일부였다.


 그 친구가

그렇게 쓴 것이

그냥 웃겼다.


원래 내 성격이

남이 뭐라고 하든가 말든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와 나는

같은 남자아이를

동시에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경쟁상대로

볼 수 밖에 없고

나보다

본인이 나은 점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어떤 포인트에서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지도

이해가 됐다.


본인은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고

나는 애교 같은 것이

별로 없다.


애교만이

여자로서의

매력이라면

그렇다.


나는

그 친구보다

백만 배 이상

하수다.


 지금은

그 싸움의

중심에 있었던

남자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그 아이를

좋아했는지 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황에서


그때를 돌이켜 보면

나를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그 친구의 질투만

기억 속에 존재할 뿐이다.


매력이란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 것인데

내 매력은

그 남학생보다도

그 친구에게

 더 발산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남자 사람 친구가


 “네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좀 어색해.”


라는 말을

나에게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 연애가

다른 사람들처럼

순조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일반적인 연애를 하는

두 남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주면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같이 써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여유도 없었고

누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언제나

변화를 갈구하는 상황 속에서

연애가 주는 안정감을

 거부했던 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나였다.


친구는 내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던

나의 그런 모습을

봤었던 것이다.




 어떤 미드를

가장 재밌게 봤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섹스 앤 더 시티’를

말하고 싶다.



그 드라마를

20대 초반서부터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볼 때마다 같은 상황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뉴욕에서 성공한

30대 싱글녀들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기 때문에

20대가 그들을 바라봤을 땐

단편적인 것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예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인공 ‘캐리’는

사업가인 ‘빅’과

사랑에 빠진다.



‘빅’은 바람을 펴서

이혼을 하기도 했고

 ‘캐리’와 다른 사람을

동시에 만나기도 하면서

그녀를 수 없이

흔들어놨던 남자다.


 ‘캐리’는 ‘빅’이

본인만을

바라보길 원하는데

 ‘빅’은 그럴 수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런데 ‘빅’은

‘나타샤’라는 여자와

결혼을 한 후

 ‘캐리’ 앞에

다시 나타난다.


사실 그때 ‘캐리’는

 ‘에이든’이란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에이든’은

 ‘캐리’가 ‘빅’에게 원하던

그런 것들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변화무쌍함을

사랑하는 두 남녀는

서로의 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륜에 빠지게 된다.


결국 ‘빅’은

이혼을 하고 ‘캐리’도

남자 친구와 헤어진다.


역시나 ‘캐리’와 ‘빅’도

관계를 청산한다.


나중엔

 ‘캐리’와 ‘빅’이 결혼을 하면서

이 드라마는 끝이 나지만

그 결혼은

정말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찾은

둘만의 안정감이었다.



 20대엔

 ‘캐리’에게 상처만 주던

 ‘빅이 무조건 나쁘다’라는 관점에서

그 드라마를 바라봤다면

지금은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빅’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캐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캐리’ 본인이 아니라

 ‘빅’이었다.


‘빅’은 관계에 대한

실패를 수차례 경험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캐리’와는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없었음을

알았던 것 같다.


진짜 ‘캐리’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 인생의 우선순위는

‘남녀관계가 주는 안정감’

보다도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그녀 자신의 삶’

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매력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퇴색되지 않았고

그 부정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결국 그들을 한 곳으로 묶어 놓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성숙해진 두 남녀는

변화와 안정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그 둘 만의 인생을

펼쳐나갈 방법을 깨우쳤다.


그래서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쓰던 향수가 다 떨어져서

백화점에 방문했다.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낯설지가 않다.


예전에

 누군가와 몇 번이나

함께한 길이었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다.


그때와 다르게 내가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캐리’가 사랑하는

높은 구두를 신고

뉴욕 시내를 활보하듯이

 ‘나’ 역시도

하이힐의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서울 한복판을 걸어가고 있다.


상대방의 보폭을

신경 쓰기보다

내 페이스대로

걸어갈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


그렇다.


‘여자로서 매력’은

내 삶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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