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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May 27. 2024

대학병원3

그래도 커피는 맛있다

 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꽤 혼란스러웠다. 사고의 충격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는데 복시라니. 눈이 겹쳐 보이는 증상 때문에 불편하고 더 어지러웠다. 이러다 눈이 점점 안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오자 뭐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고작 할 수 있는 건, 인터넷 검색뿐이었다. 상태가 좋지도 않은 눈으로 틈만 나면 초록창에 검색을 했다. 보통 교통사고로 인한 복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단다.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도 좋으니, 제발 사고 이전의 상태로, 원래대로만 돌아가기만 했으면... 했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지 안과 진료가 잡혔다. 가림막 검사를 하고 눈을 들여다보던 의사 선생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신경이 사고 충격으로 눌려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몇 개월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검색창에 쳐서 나온 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진료과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머리 충격으로 뇌를 담당하는 신경외과, 이마 봉합 부위를 담당하는 성형외과 그리고 복시를 담당하는 안과까지. 왔다 갔다 하며 소독을 받고, 검사를 하고, 그렇게 대학병원에서의 생활이 지나고 있었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 딱딱 맞춰서 나오는 밥을 한술씩 뜨면서 나는 차츰 회복해 갔다.

 "좀 더 먹어봐."

 "입맛도 없고, 진짜 맛없어."

 "그러게. 식사가 너무 별로네"

 이건 찐이다. 엄마는 웬만한 음식은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즐기신다. 간이 거의 안된 슴슴한 엄마의 밥상은 완전 건강식이 따로 없다. 평소 그런 식사를 즐겨하시는 엄마가 맛없다  정도면 진짜인 거다. 다른 병원들도 이럴까? 아니면 대학병원 밥이 맛없는 걸까? 나는 사고의 여파로 입맛을 상실해서 그런 거라 치고. 엄마도 딸 걱정에 입맛을 잃은 거라 쳐보자.


 하지만 대학병원에는 큰 장점이 있다. 하나의 통합 병원으로, 나처럼 진료과가 여러 개일 경우 내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한 가지, 병원 내 부대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있었던 병원은 1층에 큰 프랜차이즈 카페와 빵집이 있었다. 지하층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환자들이 배고픔도 채우고, 담소도 나눴다. 병원 식사와는 별개로 MSG가 당길 때가 있으니까. (병원 밥이 맛없다고 디스 하는 거 아님. ㅎㅎ)


 나는 빵과 커피를 애정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며칠을 맛대가리 없는 밥만 먹었더니 탄수화물과 커피가 당겼다. 팔에 꽂고 있던 수액을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됐을 때. 어지럼증을 이겨내고 1층 빵집으로 갔다. 엄마는 대단하다와 한심하다 사이 어디쯤, 애매한 표정으로 따라오셨다.

오랜만에 병실을 탈출했다는 즐거움에 머리 아픈 것도 잠시 잊었다. 음료와 빵을 받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 이게 얼마만의 커피이던가.... 행복감에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키는데 직원이 다가왔다.

  "환자분은 테이블에서 취식이 안됩니다."

  "아니, 왜요?"

  "코로나 지침 때문에요."

 망할 코로나 같으니라고. 나의 짧은 행복은 그렇게 찰나의 순간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빵 봉다리와 함께 병실로 돌아와 우적우적 곱씹을 뿐.


아~~~ 그래도 아이스 카페라테 너무 맛난다.

빵 한조각 입에 넣고 행복감에 젖은 나. 사진 찍고 바로 쫓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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