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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연 Oct 30. 2022

새벽 5:20 알람이 울리면

매일 아침, 사랑하는 마음이 잠을 이긴다

새벽 5시 20분 알람이 울린다. 


알피는 일어나자마자 차를 우리기 위한 물을 끓여두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나는 알피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좀비처럼 걸어 나와 티팟에 끓는 물을 부어 찻잎을 우리고 오븐을 예열한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위한 아침식사를 차리고 일과 중에 먹을 간식을 챙겨주며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자고 싶은 마음을 항상 이기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의 출근길은 만만치 않다. 집 앞에서 강남역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이지만 또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15분을 더 간 후 내려서 또 10분 정도를 걸어야 도착이다. 어느 날은 조금 늑장을 부렸다가 강남역에서 출근시간 피크를 맞이한 바람에 버스에서 단추가 뜯긴 이후로는 조금 힘들어도 더 일찍 넉넉히 나간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국 직장인들은 다 그러고 살아. 너도 이제 진정한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는 거야" 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왕복 4시간을 통근하며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걸 보면 딱하고 안쓰럽다. 그러니 알피의 리듬에 맞추어 아무리 늦어도 밤 10시엔 소등을 하고, 알람이 울리면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함께 일어나 아침 식사라도 챙겨주며 힘을 실어주고 싶은 거다. 늦가을의 아침 6시는 캄캄하니까.


오목한 그릇에 요거트를 큰 국자로 떠 담고 사과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 어두운 주방에서 눈을 반쯤 뜨고 칼질을 하다가 사과 대신 손가락을 자를 뻔한 이후로 칼을 쓸 때는 눈이 부시더라도 주방에 불을 환하게 켜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 이젠 직접 만든 그레놀라를 크게 한 스푼 떠서 요거트 위에 뿌리고 냉장고에 남아있는 제철 과일 중 하나를 골라 그 위를 장식한다. 겨울과 봄에는 딸기가 활약하다가 복숭아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요즘은 무화과가 한창이다. 블루베리까지 씻어서 콕콕 올리면 끝이다. 


샤워를 끝낸 알피가 아침을 먹는 동안 예열이 끝난 오븐에 베이글 반 쪽을 넣어 굽는다. 준비되면 무화과 스프레드를 바르고 그 위에 아보카도, 치즈, 햄을 차례대로 얹어서 진하게 우려진 루이보스 바닐라 티와 함께 내놓는다. 대체로 알피는 먹고 나는 구경한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식욕이 돋지 않기 때문이다.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알피를 흐뭇하게 구경하며 머릿속으로 영양소들을 되짚어보며 뭘 더 보강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그레놀라를 더 만들 계획도 세운다. 그러면서 ‘이 게으른 몸뚱이를 깜깜한 새벽에 일으켜서 매일 남편 아침밥을 차려주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왜 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도 기분 좋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하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출근 버스를 탔을 알피가 카톡을 보낸다. 


“Thank you for your love” 


사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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