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나와 나 사이의 틈.

by MissP

나와 나 사이에는 틈이 있다.

그 틈은 마치 내 또 다른 폐가 되어 숨 쉬듯 좁아지기도, 넓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몽상가다. 내 머릿속에는 수천 가지 생각들이 춤을 추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머릿속이 바쁜 사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하고, 공상하기도 좋아했다. 영화나 영상을 보면 남들보다 크게 감명을 받고 오랫동안 느낀다. 발레와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피아노는 작은 방안에 가두고 선생님이 너무 강압적이어서 금방 그만두었고, 발레는 수줍어서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그림을 잘 그려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노래도 어느 정도는 잘했던 것 같다. 다만 부끄러움이 매우 많아 중학교 시절 시험을 볼 때, 아이들을 보고 부를 수가 없어 뒤돌아서 부를 정도였다. 시도 꽤 잘 썼던 것 같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교내에 자작시가 걸린 적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가 그리 슬펐는지 조성모의 가시나무를 들으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감아버려서 하루 종일 운 적도 있다.


그리고 꽤나 이중적인 사람이다. 나는 전통과 규율을 중시한다. 하지만 레지스탕스적 기질도 커서 누군가 나를 억누르려고 하면 싸우고 싶어 지거나 금방 겁을 먹고 도망가고 싶어지고, 저항한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면 멀리 가지는 않는다. 단지, 그가 조금 안정되기를 기다린다. 자신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는 매우 높고, 타인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낮은 편이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꽤나 많이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음속에는 나랑 무관하니 상관없다는 게 제일 크긴 하다.


신체 감각도 많이 예민하다. 어릴 때 누군가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어른들이 예쁘다고 만지려고 하면 손을 탁 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앙고라 털이 있는 옷은 까칠해서 못 입고 벗어버렸다고 한다. 피부는 매우 약해 잠결에 긁기라도 하면 목 주변이 붉게 피꽃이 맺힌다. 그 덕에 곤란한 경우도 더러 있다. 언제 부딪혔는지 모르게 멍도 잘 든다. 금과 은이 아니면 피부가 탈이 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작은 소리에도 금방 놀라고, 비둘기와 벌레를 무서워하고(무섭다기보다는 싫음에 가까운), 아직도 애니메이션을 보면 아기처럼 운다. 안팎으로 약하고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말이다.


지금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꽤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사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활발한 사람, 어떤 이에게는 차가운 사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필요한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표출되는 부분이 적을수록, 안으로 쌓인다. 그래서 남들은 내가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다.


자라면서 나는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아니 바뀐 것보다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 대한 안정감이 증가함에 따라 좀 더 편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유는 스스로에게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즉, 내 뇌에서 일어난 생존의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곳에 가면 나는 날이 서 있고, 항상 긴장하고 있다.


사회에서 만난 나는 좀 더 차갑고, 이성적이고, 피도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여우 같고, 까칠하지만, 개인적인 나는 좀 더 느슨하고, 감정적이고, 울보에 생각보다 눈치도 없고, 아기 같고 계속해서 머릿속이 복잡한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어리광이나 투정을 부린다면, 그 사람이 아주 꽤 높은 확률로 마음을 줬거나, 주고 싶은 사람일 수 있다.


나와 대화하는 누군가가 매우 날카롭다면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이 긴장 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성격이 더러울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매우 상냥하게 다가온다면, 그 사람은 내 긴장감을 눈치채고 나를 신경 써주는 것일 것이다. (물론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처럼 유치하고, 잘 모르고, 이기적이고, 잘난척하고, 욕심이 많다. 정도의 차이만 조금 있을 뿐.


사회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이미지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어느 것이 나일까? 그 간극은 사람에 따라 좁혀지기도 하고 점점 더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좀 더 우아하게 솔직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내 간극이 생각보다 커서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또 몽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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