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1. 기구나 기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기능상의 장애.
2. 사람의 몸에 생긴 탈을 속되게 이르는 말.
3.(법률) 민사 소송에서, 결석 판결 또는 집행 명령을 받은 소송의 당사자가 그 재판을 한 법원에 대하여 불복하는 신청을 내는 일.
발끝의 그림자로부터는 도망갈 수 없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강해진다.
그림자는 그림자로만 지울 수 있다.
밤을 맞이하라, 매우 기쁜 마음으로.
사람은 잘 고장 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렇겠지만, 젊다고 안 그런 건 아니다. 뭐든 잔고장이 많고 큰 고장이 없으면 수리해서 쓰겠지만, 잘 돌아가다가 큰 고장이 나면 결국 고치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 그러니 고장 나기 전에 항상 기름칠을 잘해주어야 한다.
고장이 났다고 해서 망가진 건 아니다. 수리를 해서 쓸 수도 있고,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재활용을 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은 즐겁게 사용해야 한다.
고장 난 사람의 시간은 밤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빛 한 줌 없이 캄캄하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행복하다는 사람도 그 어둠 속에 혼자 있다면 절대 이겨낼 수 없다. 그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곁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어스름이 주변의 형체가 보일 것이다. 그제야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든 가족이든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이든 누군가가 1명쯤은 있을 것이다. 아무도 없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 어두운 칠흑 같은 밤을 지새웠다. 곧 아침이 당도할 것이다.
원래가 해뜨기전이 가장 어둡다.
그 기나긴 밤 속에 온갖 불안과 고통과 아픔, 심지어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 당신은 이제 빛을 볼 것이다.
병원에 가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위로받고 싶어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누구도 타인을 위로해주진 않는다.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니까, 혹은 자신도 다잡은 마음을 놓칠까 봐 말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는 웃으면서 응원의 말을 건넨다. 그 말 자체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이겨내지 못하면 어떠냐고 말이다.
위로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인생이란 기계에 아주 큰 기름칠이 된다. 위로라는 건 남이 해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해줄 수도 있다. 잘 굴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우선은 굴러갈 수 있기만 해도 된다. 그러면 언젠가는 매끄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름칠이 될 수 있다.
당신의 몸에 선천적인 질병이 있든 후천적인 질병이 있든 아니면 예기치 못한 사고나 범죄에 휘말려 치명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분명히 잘 버텨내면 다시 굴러갈 것이다. 수술을 여러 번 하고, 소변줄을 걸고, 링거를 주렁주렁 걸고 있더라도 살아있다면, 분명 그 밤이 지나갈 것이다.
난치병에 걸렸다고 해도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암이다. 수없이 투여되는 항암제, 수술, 끝없는 기다림. 항암제는 마치 몸에 전체적으로 농약을 뿌리는 것과 같다. 표적치료제가 나와 부작용이 적다고 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표적치료제는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없다.)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 자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그 외로운 사투에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고독함이 심해진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그 수많은 세포들이 살려고, 당신을 살리려고 아우성치고 있다. 매크로파지, 수지상세포, T-cell 같은 면역세포 군단이 얼마나 무서운 친구인지 안다면, 당신은 그들을 위해 더 열심히 먹고 운동하고 자신을 챙겨야 한다. 또한, 전 세계 수많은 의료진과 연구진은 암에 대항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당신의 러닝메이트다.
만약 당신이 심장이나 뇌 질환을 앓고 있다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더 두려울지도 모른다. 시한폭탄을 몸 안에 안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매사 조심하고 조심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보일지도 모른다. 혹은 심장이 마치 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마구마구 뒤틀릴지도 모른다. 그 순간 죽는 건가, 꿈인가 싶었다가 다시 기적처럼 현실로 돌아온다. 그럼 아 살아있구나 하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 물론 저런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한다.)
중대한 병이 아니더라도 단순 사고, 질병도 마찬가지다. 병을 앓다는 것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밤이 찾아오게 만든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 기계는 쓸수록 고장 난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이치고, 섭리다.
우리가 아는 운동선수들은 모두 아프다. 그 영광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버틴 것이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아프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밤이 찾아오는가? 그건 아니다. 상황에 매몰되선 안된다.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운동선수들은 자신들이 택한 직업에서 오는 고통이고, 나는 재수 없게 걸릴 거 아니겠냐고.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럼 저 사람들은 꼭 아파야만 하는가? 아니다. 직업과는 무관하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단 육체의 고장뿐 아니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던 당신은 어느 날 삶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 자려고 누운 순간, 마치 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을 겪으면서 한없이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들거나,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목구멍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온몸의 구멍이 열린 것처럼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 아니면 길을 가다가 갑자기 심상치 않은 기침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곧 죽을병이 걸렸나 하고 의심이 들 수도 있다.
때론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 도저히 무언가를 할 힘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쁘다, 슬프다, 행복하다, 좋다, 나쁘다의 감정이나 감각 따위가 너무 무뎌져서 과연 내가 살아있는 것이 맞는지 헷갈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는 때론 마치 미친것처럼 행복감이 하늘을 찌를 수도 있다. 이유 없이 행복하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갑자기 의욕이 넘치면서 마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때로는 현실과 분간되지 않는 망상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 망상은 당신을 현실과 분리되게 만들 것이다. 이 정도까지 왔다면, 아니 그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은 그 어두운 밤 속에서 도저히 길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밤을 이겨낼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쿠사마 야요이처럼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입스를 겪었지만 이내 이겨낸 선수들처럼 말이다.
밤은 찾아온다. 언제든지. 그렇지만 밤을 지내면서 새벽녘이 올 때를 기다리는 사람과 어둠에 잠식되는 사람은 분명 체감하는 시간이 다를 것이다. 무조건 버티라는 것이 아니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어떤 계절이 오더라도 밤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아침이 온다. 이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환할 것이다.
원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